“뇌전증 수술 환경 개선 시급”…대부분 광역시도 진료병원 없어
진료가능 서울6곳, 부산1곳 뿐
뇌전증 진료 가능한 병원이 서울 6곳 부산 1곳으로 전국 대부분 광역시도 환자들은 진료를 위해 타지로 이동해 진료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8일 대한뇌전증학회와 서울아산병원 등에 따르면 뇌전증은 뇌 신경세포가 일시적으로 이상을 일으켜 과도한 흥분 상태를 유발함으로써 나타나는 의식소실 발작 행동변화 등과 같은 뇌 기능의 일시적 마비 증상이 만성적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뇌질환이다.
뇌전증의 치료는 약물과 수술 치료로 이뤄진다. 약물 치료가 우선이며 기본이다. 뇌전증환자 10명 중 7~8명은 약으로 조절된다. 약으로 조절되는 7~8명 중 3명은 2~5년 정도의 약물 치료 후에 약을 끊어도 경련이 재발되지 않는다. 약물로 조절되는 나머지 3~4명은 약을 끊으면 경련이 재발하므로 오랜 기간 항경련제를 복용해야 한다. 약물로 뇌전증이 완전히 조절되지 않는 환자는 대략 10명 중 3명 정도다. 이들 중 수술 치료의 대상이 되는 환자는 뇌전증 수술을 진행한다.
그런데 학회에 따르면 항경련제를 투여하여도 뇌전증 발작이 재발하는 약물 난치성 뇌전증 환자의 수는 국내 약 12만명에 이른다. 이 환자들에게 약물 및 수술 치료를 할 수 있는 병원은 전국에 7개뿐이다. 서울에 6개 부산 1개뿐이다. 다른 시도에는 단 한 곳도 없다.
서울의 6개 병원들 중 현재 수술이 가능한 곳은 3개뿐이다. 더욱이 전국 7개 수술센터들 중 미국 비디오뇌파검사실 기준을 만족하는 곳은 단 1~2개뿐으로 열악하고 환자의 안전에 문제가 심각하다.
홍승봉 대한뇌전증학회 회장(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는 “한국의 뇌전증수술센터는 개선해야할 점이 매우 많다”고 지적했다.
1년 뇌전증 수술 건수는 100건도 안 된다. 뇌전증 수술이 필요한 환자가 매주 수십명씩 새로 발견돼도 어떻게 할 수가 없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검사 및 수술 인력의 부족이다. 뇌전증 수술의 수가가 너무 낮아서 신경외과에서 인기가 없다. 수술 시간이 길고 수술 중 신경과와 소아신경과의 협력이 필요하지만 뇌종양 수술수가의 50%로 낮아 병원도 지원하지 않는다.
세계보건기구는 뇌전증 환자 수가 국내 36만명으로 공공의료적 접근이 필요하며 국가의 관리와 뇌전증에 관한 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2020년 보건복지부 지원으로 뇌전증지원센터가 운영되고 있어 전국 뇌전증 환자와 가족들에게 뇌전증도움전화(1670-5775)를 통해 의료와 복지 전문상담을 제공하고 있다. 수술 로봇 4대를 지원했지만 서울 부산 이외에는 중증 뇌전증 환자들을 의뢰할 지역 뇌전증수술센터가 없다.
서울에 와도 수술센터들의 열악한 환경으로 제때 수술을 받을 수가 없다. 뇌전증 발작 시 과도한 전류가 뇌의 여러 곳으로 전파돼 뇌전증 원인병소를 새로 만들기 때문에 빨리 수술을 받지 않으면 뇌의 다른 곳으로 번져서 수술을 받지 못하게 될 수 있다.
뇌종양은 양성 악성에 관계없이 전국 어디서나 쉽게 수술을 받을 수 있지만 뇌전증은 수술환경이 열악해 대부분 수술을 받지 못해 병이 악화되고 있다.
홍 회장은 “이번 의료개혁은 가장 열악한 뇌전증 수술 환경을 개선하는 다음과 같은 수술지원 정책을 꼭 포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선 뇌전증 수술 수가를 2배 이상 높여야 한다. 일본의 경우 수술 수가는 1200만원, 한국 수가 150만~250만원 정도다. 전국 광역시 9개 뇌전증수술센터를 설치한다. 뇌전증 수술 의사를 확보해야 한다. 기존 신경외과 의사가 배워서 할 수 있다. 이외 비디오뇌파검사실 뇌파기사, 뇌전증전문간호사를 지원해야 한다. 예산은 광역뇌전증수술센터 9곳에 연 30억원 정도면 된다.
홍 회장은 “뇌전증 수술은 뇌전증돌연사를 1/3로 줄이고 10년 이상 장기생존율을 50%에서 90%로 높인다”며 “광역뇌전증수술센터는 지역 중증 뇌전증 환자의 생명을 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