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괜찮아. 국어’와 국어문화원

2024-10-08 13:00:03 게재

‘괜찮아?! 한글’. 2024년 한글날 578돌을 맞이해 한글주간에 내건 표어다. 보통 ‘괜찮아.’는 별문제나 걱정이 없을 때 사용하는 표현이다. 그런데 ‘괜찮아’에 의문부호와 느낌표가 붙은 표현은 다른 의미가 된다. ‘괜찮아?’는 뭔가 불편함이 없는가를 물을 때 사용하는 표현이고, ‘괜찮아!’는 놀람이나 항의의 뜻을 표현할 때 사용한다. 이 표어를 보면서 요즘 우리 말글에 뭔가 문제 있음을 느끼는 것이 필자만의 생각일까?

우리 말글 쉽고 바르게 사용하고 있는지

매년 한글날이 되면 세종대왕을 떠올리지 않는 국민은 거의 없을 것이다. 특히 어제에서 밝히신 ‘우리 말이 중국과 달라서 문자가 서로 맞지 않으므로… 새로 스물여덟 글자를 만드니 사람들은 쉽게 익혀 사용하면서 편안하게 살도록 하라’란 당부를 떠올리면서 현재 우리 말글을 쉽고 바르게 사용하면서 편안하게 살고 있는지 반성해본다.

세종께서 만드신 한글이 우리를 똑똑한 국민으로 만들었을 가능성이 크다. 국립국어원에서 발간한 ‘숫자로 살펴보는 우리말’을 보면 우리나라 15세 이하 학생들의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읽기 능력이 세계 1위라고 한다. 또한 국민의 전체 문해율 98.3%이고, 특히 20~40대는 문해율은 100%라고 한다.

그런데 문해력은 단순히 문자의 판독 능력을 넘어서 정보를 이해하고 분석하며, 문제를 해결하고 의사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하므로 글자를 판독하는 능력이 높다고 문해력이 높다는 것은 좀 문제가 있지 않을까? 정작 요즘 우리 말글의 사용 실태를 보면 세대 간, 계층 간에 소통이 되지 않아서 문해력에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있다.

우선 파급 효과가 큰 신문의 기사나 방송 프로그램에서 외국어를 남발하거나 생소한 신조어나 비속어를 마구 사용하는 것이 자주 발견된다. 공공기관의 공공언어도 국민의 이해 능력을 생각하지 않고 어려운 한자어나 무분별한 외국어를 사용해서 문제가 된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급기야 무엇이 잘못된 표현인지 제대로 알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해 건강한 국어 생활을 누리지 못하는 심각한 상황이 될 것 같아 걱정된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들이 쉽고 편하게 소통하면서 더불어 살아가려면 국어의 소통 권리를 지켜야 한다. 이를 위해 국가는 계획을 세워 지원해야 하고, 건강한 국어를 위해 애쓰는 단체들의 적극적인 협력도 필요하다. 더불어 국민들이 쉽고 품격 있는 국어문화를 누릴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고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어려운 공공언어 쉽게 바꾸는 작업 추진

그런 면에서 국어기본법 24조에 의해 2005년부터 지정된 전국 총 22개의 국어문화원과 (사)국어문화원연합회에서 국민들이 건강한 국어문화를 누릴 수 있도록 지금까지 열심히 애쓰고 있다. 특히 오염된 우리말을 건강하게 순화하고 어려운 공공언어를 쉽게 바꾸는 사업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올해 한글주간을 앞두고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발표한 ‘언어문화 개선을 위한 10대 실천과제’는 아름다운 우리말 일상 환경 구축, 언론·방송 보도 용어 개선, 온라인 국민 참여형 행사 추진, 청소년 국어능력 제고, 공공기관의 쉽고 바른 우리말 사용 등이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국민 언어생활의 품격을 높이는 일과 오염된 우리말의 개선을 시급한 분야로 선정하고 있다.

한글날을 맞아 국민의 품격 있는 말글살이를 위해 국어를 건강하게 지키겠다는 정부 발표를 환영한다. 다만 앞으로 이런 과제를 함께 잘 실천해 ‘괜찮아. 국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내일이 오길 기대해본다.

김덕호

(사)국어문화원연합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