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한, 10.16 재보선 뒤 독대…‘김 여사 논란’ 분수령 전망
친한 “사과·근신·부속실 설치·국정 쇄신 등 복합처방 필요”
대통령실, 김 여사 사과 가닥 … 복합처방 수용 수위 미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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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보도된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의 증언에서도 김 여사의 정치적 역할은 확인된다. 김 전 위원장은 “2021년 6월 28일엔가 김 여사가 명태균씨 전화를 통해 나한테 전화를 했다” “김 여사가 명씨 전화로 ‘내가 남편에게 전화를 드리라고 할 테니 만나 달라’고 했다. 한 40분 후에 윤 대통령한테서 전화가 와 만나자고 해서 만났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과 김 전 위원장의 회동을 김 여사가 주선했다는 것이다.
김 여사의 ‘역할’은 집권 뒤에도 멈추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김대남 전 대통령실 행정관은 지난 7일 공개된 녹취에서 “용산에는 십상시 같은 몇 사람이 있다. (김건희) 여사가 자기보다 어린 애들을 갖고 쥐었다 폈다 하며 시켜먹는다”고 말했다. 김 전 행정관 발언의 사실 여부는 확인되지 않지만, 여권 내에서 김 여사가 역대 대통령 부인과 달리 ‘활발한 역할’을 한다는 관측이 일찌감치 제기돼 왔다.
이 때문에 여권 곳곳에서 김 여사를 겨냥한 우려를 제기했지만, 윤 대통령이 수용했다는 정황은 보이지 않는다. 대통령실 출신 인사는 “(윤 대통령이) 여사 얘기는 꺼내지도 못하게 했다. 참모들이 여사와 관련된 문제를 건의할 수 없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윤석열정권 출범의 1등 공신이자, 집권 뒤에도 ‘다양한 역할’을 한 김 여사는 이제는 정권에 큰 ‘짐’이 된 모습이다. 김 여사를 둘러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명품백 수수 의혹 △총선 공천 개입 의혹 △명태균씨 논란 등이 확산되면서 윤석열정권의 신뢰도는 바닥으로 추락할 위기다.
정치권에서는 다각도의 대응책을 내놓고 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두 차례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김건희 특검법’을 재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지난 8일에는 상설특검 요구안도 국회에 제출했다.
친한(한동훈)쪽에서는 특검을 막기 위해선 실탄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대표는 9일 “의원들이 뭐라고 말했는지 모르겠지만, 저도 그게(김 여사의 활동 자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여사의 근신 필요성을 언급한 것이다. 친한 핵심의원은 10일 “특검을 막으려면 김 여사의 사과와 근신은 물론이고 제2부속실 설치, 특별감찰관 임명, 윤 대통령의 국정기조 쇄신, 당정관계 복원, (김대남 전 행정관이 주장한) 십상시의 처신까지 포함해서 복합처방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한 대표 요구를 수용해 16일 재보선 이후 한 대표와 독대할 예정이다. 대통령실은 김 여사의 대국민사과는 국정감사(7~25일)를 지켜보면서 택일하기로 가닥을 잡았다는 후문이다. 김 여사 사과까지는 수용한다는 입장인 것이다. 하지만 한 대표가 사과를 비롯 복합처방을 요구할 경우 어느 선까지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