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역사적 희생자를 새 방식으로 주목

2024-10-11 13:00:03 게재

한림원 ‘채식주의자’ ‘희랍어 시간’ ‘소년이 온다’ 권해 … 광주민주화운동, 제주 4.3 사건 다뤄

한강 작가가 한국인 최초로 10일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면서 그와 그의 작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날 한림원은 그의 작품들을 읽고 싶어 하는 독자들에게 ‘채식주의자’ ‘희랍어 시간’ ‘소년이 온다’를 권했다.

한강 작가. (C)백다흠

한강은 1970년 광주에서 태어났다. 1993년 ‘문학과사회’에 시를 발표하고 다음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붉은 닻’이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검은 사슴’ ‘그대의 차가운 손’ ‘채식주의자’ ‘바람이 분다, 가라’ ‘희랍어 시간’ ‘소년이 온다’ ‘흰’ ‘작별하지 않는다’를 펴냈다. 그의 작품은 28개 언어권에 76종의 번역본들이 출간됐다.

그는 만해문학상, 이상문학상, 오늘의 젊은예술가상, 대산문학상 등 국내 문학상은 물론, 맨부커상 국제 부문, 말라파르테상, 메디치상 등 해외 주요 문학상을 수상하며 세계적 작가의 반열에 올랐다. ‘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 ‘작별하지 않는다’로 해외 문학상에서 5개의 상을 수상했으며 ‘희랍어 시간’ ‘흰’이 해외 문학상에 입후보했다.

‘채식주의자’는 2016년 맨부커상 국제 부문을 수상한 작품이다. 당시 수상으로 한강은 세계 문단에서 주목받는 작가로 떠올랐다. 작품은 어느 날 갑자기 고기를 더 이상 먹지 않기로 결심한 중년 한국 여성 영혜의 이야기를 그린다. 영혜가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음식 섭취 규범에 복종하기를 거부했을 때 발생하는 폭력적인 결과를 묘사한다. 고기를 먹지 않겠다는 영혜의 결정은 남편과 아버지에게 강제로 거부당하고 여동생은 그를 구출하기를 희망한다. 그러나 영혜는 식물 왕국의 상징인 ‘불타는 나무’를 통해 표현되는, 매혹적이면서도 위험한 정신병과 같은 상태로 점점 더 빠져든다.

‘희랍어 시간’은 2명의 취약한 개인의 특별한 관계를 매력적으로 묘사한 작품이다. 짧지만 강렬하고 심리적으로 예리한 소설로 평가받는다. 가정폭력으로 인해 말을 할 수 없게 된 젊은 여성은 유전적 질환으로 인해 천천히 시력을 잃고 있는 고대 그리스어 선생님과 소통한다. 각자 결점을 갖고 있는 그들은 상실을 공유하며 공통점을 찾고자 노력한다.

또한 이 소설은 언어에 대해서도 다룬다. 언어는 우리의 외부와 내부에 형태와 의미를 부여하는 동시에 우리의 정체성을 파괴할 수도 있다.

‘소년이 온다’는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소설이다. 광주에서 태어난 한강은 어린 시절과 젊은 시절을 광주에서 보냈다.

소설은 광주민주화운동에 참여하거나 무고하게 연루된 많은 사람들의 삶을 기록하며 역사적 희생자들에게 목소리를 준다. 소설에서 죽은 자의 영혼은 육체와 분리되며 그들의 영혼은 자신의 소멸을 목격한다.

이 외에도 2025년 1월 영어 번역본 출간 예정인 ‘작별하지 않는다’는 제주 4.3 사건을 다룬 소설이다. 프랑스어 번역본 출간 이후 2023년 프랑스 메디치상과 2024년 에밀 기메 아시아문학상을 수상하며 주목받았다. 제주 4.3 사건에서 어린이와 노인을 포함한 수만명의 민간인들은 총살을 당했으며 소설은 이들에 대한 애도를 다룬다.

소설에서 화자와 친구 인선은 제주 4.3 사건 이후 오랜 시간 동안 친척들에게 닥친 재난과 트라우마를 견뎌내는 과정을 묘사한다. 정확하고 압축된 이미지를 통해 소설은 과거가 현재에 미치는 힘을 전달하며 고통만큼이나 가장 깊은 형태의 우정을 동시에 그린다.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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