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치 웃돈 물가에 미 금리인하 속도 느리게 진행될 듯

2024-10-11 13:00:02 게재

11월 빅컷 전망 사라지고 0.25%p 점진적 인하 전망

금리 불확실성에 국채 금리·달러 강세 … 원화 약세

9월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시장 예상치를 상회하면서 미국의 금리인하 속도가 느리게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빅컷(0.5%p 금리인하) 확률은 사라지고 0.25%p 인하 확률은 매우 높아졌다. 금리 동결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미 연방준비제도의 추가 금리인하 불확실성으로 국채 금리는 상승하고 달러는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에 달러대비 원화 환율은 1350원대를 중심으로 약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인플레이션 확대 전방위적 = 10일(현지시간) 미 노동부는 9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2.4% 상승했다고 밝혔다. 전월보다는 0.2% 상승했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전년 동월 대비 3.3%, 전월 대비 0.3% 각각 상승했다.

대표지수와 근원지수의 전년 대비 상승률과 전월 대비 상승률 모두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를 각각 0.1%p 웃돌았다. 특히 물가의 기조적 변화 흐름을 반영하는 근원물가의 전월 대비 상승률이 8월과 9월 두 달 연속 0.3%를 나타내며 시장의 우려를 샀다.

세부 항목을 보면 에너지는 전월 대비 1.9% 큰 폭으로 하락했다. 하지만 식료품과 운송 서비스는 전월 대비 각각 0.4%, 1.4% 상승하며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의료서비스(전월비 +0.7%), 항공료(전월비 3.2%), 자동차 보험료(전월비 1.2%), 임대료(전월비 0.3%) 등 주요 서비스물가 품목도 전반적으로 상승하면서 예상보다 높은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정훈 유진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9월 데이터는 7월과 8월에 비해 거의 모든 면에서 나빴다”며 “서비스 가격 상승세가 높기도 했지만 의류(+1.1%)나 차량(+0.2%) 등 공산품 물가 상승세도 전월 대비 확대되는 등 인플레이션 확대가 전방위적이었다”고 분석했다.

이에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는 “인플레이션이 둔화세를 보이지만 완전히 소멸된 것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반면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CPI 연간 상승률이 지난 2021년 2월 이후 3년 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상승률을 보이는 등 인플레이션이 완화되고 있다는 연준의 인식이 여전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11월 0.25%p 금리인하를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번 9월 CPI결과는 단기적으로 시장의 불확실성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

이날 함께 발표된 지난주 신규 실업청구 건수가 25만8000건으로 1년 2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미국의 경기 상황과 연준의 통화정책 영향을 둘러싼 논쟁은 지속될 전망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 툴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에서 11월 기준금리가 동결될 확률은 마감 무렵 15%로 줄었다. 0.25%p 인하 확률은 85%로 더 올라갔다.

◆“11월 추가 금리인하 전망 유효” = 국내 증권가에서는 11월 미 연준의 추가 금리인하는 유효하다는 판단을 내놨다.

박상현 iM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서비스 물가가 아직은 기대만큼 둔화되지 못하는 양상이지만 물가 압력 둔화 혹은 물가 안정 기조가 뚜렷해지고 있음도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시장 예상치를 상회한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11월 금리 동결 가능성을 언급한 래피얼 보스틱 미국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총재의 발언 등으로 미국 국채금리 상승세가 이어지는 등 추가 금리인하 기대감이 약화되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추세적 물가둔화세, 물가와 성장률 수준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기준금리 수준(=제약적 금리수준) 등이 미 연준의 추가 금리인하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박 연구원은 또 “일시적 요인이지만 허리케인 여파로 인한 10~11월 미국 고용시장 불안 요인과 성장률 둔화 가능성이 미 연준에게는 추가 금리인하 명분으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고 예상했다.

이정훈 연구원은 “9월 데이터가 다소 실망스럽긴 하나, 인플레이션의 둔화 추세 자체가 바뀌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연준이 연착륙을 목표로 하는 이상 일단 11월 금리 인하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고 판단했다.

달러화 강세 및 원화 약세 분위기도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박 연구원은 “미 연준의 추가 금리 인하를 둘러싼 논란으로 인한 국채 금리 상승세와 더불어 오는 17일 ECB의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당분간 달러 강세 기조는 유지될 것”이라며 “원달러환율은 1350원을 중심으로 원화 약세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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