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대 수용한 윤 대통령, 여론 달랠 ‘한동훈표 처방’ 받을까
김 여사 논란으로 여론 악화 … 국정지지도 임기 최저치 기록
윤 대통령, 한 대표와의 독대 수용 가닥 … 김 여사 사과 검토
친한 “복합처방 필요” … 기소·근신·국정 쇄신 등 수용 주목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면서 여론이 급랭하자, 윤석열 대통령이 ‘한동훈 독대’를 전격 수용했다. 한 대표가 두 차례 요청한 독대를 외면하던 윤 대통령이 먼저 손을 내민 모양새다. 그만큼 윤 대통령 입장에서는 악화된 여론이 부담스러웠던 것으로 해석된다. 독대를 통해 여론 수습을 모색하려는 윤 대통령이 ‘한동훈발 복합처방’을 어느 선까지 수용할지에 수습의 성패가 달렸다는 관측이다. 윤 대통령이 여론의 분노를 달래지 못한다면 종국에는 특검도 막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게 여권의 고민이다.
10일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독대를 검토한다고 밝혔다. 한 대표의 거듭된 요청에 답이 없던 대통령실이 뒤늦게 수용한 것이다. 윤 대통령이 참모들의 건의를 받아들인 모양새지만, 윤 대통령이 최근 여론지형 변화에 상당한 위기감을 느꼈을 것이란 분석이다. 김 여사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면서 윤 대통령 부부를 향한 여론이 급속히 냉각되고, 야당이 주장하는 특검법이 설득력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발표된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조사(7~9일, 전화면접, 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윤 대통령 국정지지도는 24%로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윤 대통령이 ‘김 여사 특검법’ ‘채 상병 특검법’ 등에 거부권을 행사한 것에 대해 ‘잘한 결정’이란 답은 22%에 그쳤다. ‘잘못한 결정’이 60%에 달했다.
결국 싸늘한 여론에 위기감을 느낀 윤 대통령은 내키지 않던 한 대표와의 독대를 결심하고, 김 여사의 대국민 사과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대표를 다독여 특검을 막을 ‘단일대오’를 지켜내고, 김 여사 사과를 통해 성난 민심을 누그러뜨리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사태가 해결될 가능성은 낮다. 한 대표도 독대나 사과만으로 해결될 시점은 이미 지났다는 판단이다. 성난 민심을 달랠 진정성 있는 ‘복합처방’이 필요하다는 고민이 엿보인다. 한 대표는 9일 “의원들이 뭐라고 말했는지 모르겠지만, 저도 그게(김 여사의 활동 자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데 이어 10일 “검찰이 (김 여사 사건 수사에 대해)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는 알지 못한다. 다만 검찰이 국민이 납득할 만한 결과를 내놔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여사의 근신과 기소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친한 핵심의원은 10일 내일신문 통화에서 “특검을 막으려면 김 여사의 사과와 근신은 물론이고 제2부속실 설치, 특별감찰관 임명, 윤 대통령의 국정기조 쇄신, 당정관계 복원, (김대남 전 행정관이 주장한) 십상시의 처신까지 포함해서 복합처방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한 대표가 독대 자리에서 쏟아낼 요구사항이 △김 여사 사과와 근신 △국민이 납득할만한 김 여사 수사결과 △제2부속실 설치 △특별감찰관 임명 △윤 대통령 국정기조 쇄신 △당정관계 복원 △대통령실 내 김 여사 인맥 정리 등으로 정리되는 것이다.
윤 대통령이 한 대표의 ‘복합처방’을 전면 수용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당장 한 대표의 ‘근신’ ‘기소’ 발언이 전해지자, 대통령실 주변에서는 “한 대표가 금도를 넘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윤 대통령이 한 대표와의 독대를 기점으로 민심을 수습하지 못한다면, 연말정국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으로 치달을 전망이다. 친한 관계자는 10일 “야당의 특검 공세를 막으려면 민심을 다독이고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복합처방이 필요하다. 분노가 더 커지면 특검을 막을 재간이 없다”고 말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