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성차별 조직문화지수 ‘66점’
직장갑질119 설문조사
“여성 지원자의 이력서가 들어왔는데 남성 팀장이 ‘육아휴직 쓰면 피곤하니 뽑지 말자’고 했습니다. 육아휴직 복직자인 제 앞에서 이런 말을 하는데 죄인마냥 속상했습니다.”
지난 4월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에 접수된 ‘직장 내 성차별’ 제보 중 하나다.
직장갑질119와 아름다운재단이 여론조사기관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2일~10일 전국 만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성차별 조직문화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100점 만점에 66점으로 ‘D등급’이 나왔다고 13일 밝혔다.
‘성차별 조직문화지수’는 직장 내 주요 성차별 상황 관련 20개 문항에 대해 직장인들이 동의하는 정도를 수치화한 것이다. 점수가 낮을수록 성차별적 조직문화가 팽배한 것으로 해석한다.
설문결과 성차별 조직문화지수가 가장 낮은 항목은 ‘전체 직원 성별 대비 특정 성별이 상위 관리자급 이상 주요 직책에 압도적으로 많다’로 55.3점이었다.
임신·출산·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사용하기 어렵다는 ‘모성’ 항목이 56.1점, 성별에 따라 임금 등에 차이가 난다는 ‘‘노동조건’ 항목이 57.0점으로 뒤를 이었고 ‘채용’과 ‘승진’도 각각 57.3점, 58.2점으로 낮은 점수를 기록했다.
점수가 상대적으로 높은 항목은 원치 않는 상대와 사귀라고 하거나 소문을 내는 ‘짝짓기’(73.3점), 부적절한 영상을 보거나 주고받는 성희롱(73.2점), 사적인 만남 등을 요구하는 ‘구애’(72.4점) 등이었으나 모두 70점대 초반에 그쳤다.
직장갑질119는 “성차별 조직문화지수가 66점으로 D등급을 기록했다는 것은 성차별과 젠더폭력이 이미 우리 일터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으며 이를 시정하기 위해 마련한 각종 법과 제도가 현장에서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음을 드러낸다”고 지적했다.
박은하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직장은 여전히 여성들에게 차별적인 곳이며 남녀고용평등법 등 제도가 충분히 작동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국가와 기업은 이러한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직장 내 성차별과 젠더폭력 근절을 위해 책임있게 행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