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채권형 ETF로 기록적인 자금 유입
3분기 930억달러
금리하락 환경에
미경제 연착륙 기대감
금리하락과 미국경제에 대한 신뢰 증가로 채권에 대한 투자자들의 열기가 되살아나고 있다. 특히 채권형 상장지수펀드(ETF)에 기록적인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투자분석 플랫폼 ‘모닝스타 다이렉트의 데이터’에 따르면 7~9월 3분기 미국 채권펀드에 모두 1230억달러가 유입됐다. 이 가운데 930억달러는 ETF였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3일 “업계 전반적으로 기준금리가 하락하고 경제상황이 호전될 것이라는 전망이 퍼지면서 투자자들이 채권가치가 유지되고 경쟁력 있는 수익을 제공할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전했다.
블랙록과 JP모간체이스는 11일(현지시각) 예상을 넘는 분기 수익을 발표하면서 3분기 전례 없는 규모의 신규 자산을 유치했다고 밝혔다. 채권 대기업 핌코는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채권과 주식 시장이 폭락한 후 처음으로 운용자산이 2조달러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2023년 많은 투자자들은 채권 대신 현금 저축을 선택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를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금리를 빠르게 인상하면서다. 하지만 연준 등은 경제성장 우려로 통화정책 방향을 바꾸고 있다.
분석가들은 이러한 환경이 투자자들을 다시 시장으로 유인하고 안정적인 수익의 원천이자 주식 하락에 대한 헤지 수단으로서 채권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됐다고 지적한다. 은행이 예금금리를 인하하기 시작하면서 채권펀드 수익률도 더욱 경쟁력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종합금융기업 캐피털그룹 채권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커스티 스펜스는 “연준의 추가 금리인하가 진행되면 채권으로의 이동이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올해 채권 자금유입의 2가지 주요 동인은 연준의 금리인하와 고품질 채권을 원하는 투자자들”이라고 말했다.
채권형 ETF 유입자금의 절반 이상인 550억달러가 블랙록과 뱅가드에 유입됐다. 이들 패시브 펀드는 수년 동안 이 부문의 빠른 성장을 주도해 왔다. 하지만 캐피털그룹, JP모간, 야누스헨더슨 등 액티브 운용사들이 내놓은 액티브 채권 ETF로도 3분기 각각 최소 20억달러의 순유입을 기록했다.
올해 가장 많은 자금이 유입된 액티브 채권 ETF는 담보대출채권으로 구성된 야누스헨더슨의 AAA등급 펀드였다. 올해 72억달러가 유입돼 순자산 규모가 1년 전 3배가 넘는 130억달러에 달했다.
업계는 특히 연준 정책금리가 최근 인플레이션이 폭발하기 전 수준으로 안정되면 자금 유입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블랙록 최고경영자 래리 핑크는 “정상화된 금리 환경는 투자자들이 채권으로 더 많이 돌아올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며 “돈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애널리스트 크레이그 시젠탈러는 “단기금리가 장기채권 금리보다 낮아지면서 2025년에는 채권 유동성이 훨씬 더 풍부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