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자사기 미끼 ‘불법금융 광고’…‘구글’은 막고 ‘메타’는 방치
올해 투자리딩방 사기 피해 규모 5340억원 … 보이스피싱 피해 넘어서
SNS 광고 통해 이용자들에 무방비 노출 … 구글, 내달부터 광고주 인증키로
경기 불황과 맞물려 금융투자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구글(유튜브)이 불법금융광고 차단에 나서기로 한 것과 달리 메타(인스타그램, 페이스북)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금융투자사기는 대부분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통해 피해자를 유인하고 있으며 특히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해외 온라인 플랫폼 광고가 주요 미끼로 악용되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 온라인 플랫폼은 금융광고 사전심의 절차를 도입한 반면 구글이나 메타는 이 같은 절차 없이 불법금융광고를 여과 없이 내보고 있는 실정이다.
14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구글은 금융감독원 등과 협의를 거쳐 내달 7일부터 자율규제방안을 시행하기로 했지만 메타는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금감원은 8월 구글과 메타를 상대로 광고 사전심의 절차 도입과 관련한 협의를 실시한 결과 구글에서는 긍정적 입장을, 메타에서는 부정적 입장을 확인했다. 이후 금감원은 구글을 상대로 적극적인 지원 의사를 밝혔다. 제도권 금융회사 인증을 위한 정보를 별도로 제공하기로 했다. 구글은 금감원과 최종 협의를 통해 금융서비스 인증 절차를 마련하기로 했다.
다른 국가들이 법을 제정하는 등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제도적 의무화를 통해 광고주 인증 정책을 실현시킨 것과 달리, 법제도가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해외 플랫폼 사업자를 설득해 규제 정책을 실현시킨 이례적이고 성공적인 사례로 꼽힌다.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들어 투자리딩방 사기는 8월말까지 6143건, 피해규모는 5340억원에 달한다. 올해 들어 7월말까지 발생한 보이스피싱 사건 피해액이 3909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투자리딩방 사기 규모가 보이스피싱 피해규모를 넘어섰다.
◆해외 플랫폼 통한 불법금융투자 유인 63.9% = 앞으로 유튜브 등에 금융서비스(상품)를 광고하거나, 금융서비스를 탐색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광고를 하고자 하는 광고주는 광고를 게재하기에 앞서 구글로부터 광고주 인증을 받아야 한다. 구글은 금융서비스(상품) 광고주에 대해 광고주의 정보(사명, 주소, 이메일 등)가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에 허가·등록된 금융회사 정보와 일치하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만약 광고주가 허가·등록된 금융회사가 아니면 인증을 통과하지 못한다.
또 금융서비스를 탐색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홍보하는 비금융 광고주(자동차 금융 및 보험을 홍보하는 자동차 광고주 등)에 대해서는 사업의 세부정보, 광고사유 등을 바탕으로 사업의 성격상 금융서비스를 탐색하는 고객에게 해당 광고를 제공하는 것이 타당한 지 여부가 검증 대상이 된다. 타당성이 없다고 판단되면 광고주는 인증을 통과하지 못한다.
정부에 따르면 불법업자의 유인수단을 분석한결과 해외 온라인 플랫폼 광고가 63.9%로 상당부분을 차지했다. 이밖에도 스팸문자(15.6%), 국내 게시글(14.1%), 인터넷 허위기사(6.3%) 등의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국내 플랫폼에서는 광고 사전심의 절차가 운영되고 있어서 불법광고가 거의 사라졌지만 개인 블로그 등에서 게시글을 통해 유인하는 사례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구글 사전심의 강화하면 메타로 불법금융광고 확대 가능 = 구글이 불법금융광고를 차단하면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등 메타가 운영하는 SNS로 불법금융광고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현재도 메타에서는 불법금융광고가 넘쳐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유명인을 사칭한 허위 광고에 대상이 된 연예인 등도 피해자가 되고 있다.
방송인 김신영씨와 송은이씨 등이 피해를 입었지만 인스타그램에는 여전히 이들의 얼굴을 합성한 불법광고들이 게재되고 있다. 구글은 광고 사전심의 절차 시행 방침을 밝히기 전부터 신원이 확인된 광고주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반면 메타의 경우 광고주 정보조차 공개되지 않고 광고주의 가입일자만 확인이 가능해 적발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메타는 사후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불법금융광고가 노출 빈도가 여전히 높아 금융당국은 실효성이 없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구글과 마찬가지로 메타 역시 광고 사전심의 절차 등 자율규제방안을 마련할 필요성이 있다”며 “법적 의무를 강제하기 위한 법률 제정도 시급하다”고 말했다.
◆영국, 지난해 온라인안전법 제정 = 영국은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법적 의무 부과를 위해 ‘온라인안전법’을 지난해 제정해 올해 1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구글과 메타 등 해외 플랫폼 사업자들은 영국에서 강력한 규제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온라인안전법은 ‘영국을 세계에서 온라인에 접속하기에 가장 안전한 곳으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제정됐다.
법적 의무에 따라 플랫폼 사업자는 불법 콘텐츠 등을 식별, 완화, 관리해야 하고 불법 콘텐츠 등을 신속하게 제거하거나 게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불법 콘텐츠는 아동 성적 학대, 사이버 괴롭힘, 폭력·성폭력, 사기성 광고, 불법 마약 등 판매 행위, 자살 조장행위, 여성에 대한 폭력·폭력 선동행위 등이다. 아동을 보호하기 위해 연령 확인·제한 조치를 시행해야 하고 어린이에 대한 위험성 평가 등을 실시해야 한다. 성인을 보호하기 위해 불법·유해 콘텐츠 통제를 위한 약관 설정 및 이용자가 유해 콘텐츠를 필터링할 수 있는 권한 제공 의무 등이 부과된다.
영국 방송통신규제기관 오프콤(Ofcom)은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조사 업무를 수행하고, 위반사항 발생 시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제재조치 권한이 있다. 법 위반시 최대 1800만파운드 또는 연간 글로벌 매출액의 10%(둘 중 더 높은 금액)의 벌금 부과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온라인플랫폼 사업자들이 입게 될 타격이 크다. 또 법 위반시 서비스 차단을 포함한 업무 중단 조치도 가능하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