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고령운전자 사고,면허갱신 제도보완 숙제
80대 남성 동대문서…“급발진” 주장
경찰청, 올해 말 연구용역 결과 나와
고령운전자에 의한 차량사고가 잇따르면서 면허갱신 제도보완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운전자들은 대부분 급발진을 주장하지만 노령화로 인한 운전능력 저하 우려 또한 높기 때문이다.
서울 동대문경찰서는 골목길에서 보행자를 치여 다치게 한 혐의(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상)로 80대 남성 A씨를 입건해 조사 중이라고 14일 밝혔다.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A씨는 전날 오후 6시 18분쯤 동대문구 신설동의 한 골목길에서 에쿠스 차량을 몰다가 보행자 2명을 들이받은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각각 대퇴부와 손가락을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음주상태가 아니었으며 경찰 조사에서 ‘급발진이 의심된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조만간 A씨를 불러 자세한 사고 경위를 조사할 방침이다.
앞서 이달 2일에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서 70대 여성 운전자 B씨가 몰던 벤츠가 차량 3대를 잇달아 들이받았다. B씨가 몰던 차량은 대치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차량 1대를 접촉한 뒤, 그대로 단지를 빠져나와 영동대로를 달리던 차량 2대를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5명이 가벼운 부상을 입고 들이받힌 차량들은 크게 파손됐다. B씨는 현장에서 경찰에게 “차량이 급발진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26일에는 서울 양천구 목동에서 80대 운전자가 몰던 제네시스 승용차가 왕복 6차선 도로를 가로질러 아파트 초소를 들이받는가 하면 20일에는 강북구에서 70대가 몰던 승용차가 상가를 덮쳐 1명이 숨지고 5명이 다치기도 했다.
올해 7월 시청역 역주행 참사로 고령운전자 사고 문제가 공론화되면서 초고령화사회에 맞는 면허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65세 이상 운전자 교통사고는 3만9614건으로 2020년(3만1072건)보다 27.5% 증가했다. 도로교통공단의 ‘주행 인지 검사’ 등에 실제 주행능력을 검사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지호 경찰청장은 14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고령자 운전면허 대책은 이동권이 전제된 상태에서 논의될 수 있는 것”이라며 “올해 말에 이와 관련한 연구용역 결과가 나올 예정인데 이를 참고해 정책적 방향을 결정해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