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사 라인·명태균·김옥균…궁중암투로 돌아간 여권
대통령실 곳곳 ‘김 여사 라인’ 논란 … 대통령실 “대통령 라인만 있을 뿐”
‘한동훈 축출 프로젝트’ 또 나돌아 … 친한 “조선시대로 후퇴한 느낌”
조선시대에나 벌어졌을 법한 궁중암투가 21세기 대한민국 정치권에서 고스란히 재연되고 있다. 대통령 부인이 대통령실에 자신의 라인(측근들)을 가동한다는 주장이 여당 인사들의 입에서 나오는가하면, 제도권 밖 인사가 대통령 부부를 공공연하게 압박하지만 대통령실은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는다. 임기가 100일도 지나지 않은 여당 대표를 강제로 끌어내린다는 시나리오가 툭하면 정치권을 맴돈다. 여권 정치가 조선시대 궁중암투보다 후진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15일 여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근 여권에서 불거지는 정치적 논란은 조선시대 궁중암투보다 심하다는 지적이다.
한동훈 대표는 14일 “(김 여사는) 공적 지위가 있는 사람이 아니다. 그런 분의 라인이 존재한다고 국민이 오해하고 기정사실로 생각하다는 것 자체가 신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김 여사 라인’ 문제를 거듭 제기했다. 윤석열정권 초기부터 대통령실에는 ‘김 여사 라인’이 존재한다는 관측이 유력했다. 김 여사가 자신과 친분이 두터운 인사를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실과 홍보수석실 등에 심었고, 이들은 대통령보다 김 여사 관련 일정과 메시지, 홍보를 주로 챙긴다는 의심이었다. 그동안 대통령실 내부에서도 ‘김 여사 라인’의 노골적 행보에 불편한 시선을 보냈지만, 공론화는 엄두도 못내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역대 대통령 부인은 자신을 담당하는 제2부속실 인사 정도에만 간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 여사는 윤 대통령의 ‘양해’ 아래 대통령실 인사에 두루 간여했고, 이렇게 만들어진 자신의 라인을 수족처럼 부린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것이다. 조선시대 ‘베갯잇 송사’를 앞세운 중전의 권력암투가 떠오르는 대목이다. 친한 김종혁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15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6공화국이 출범한 이래로 여러 명의 대통령들이 계셨지만 어떤 정권에서도 여사가 무슨 개인적인 라인을 형성했다는 얘기를 들어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14일 “대통령실에는 오직 대통령 라인만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공적 지위에 오른 적이 없는 명태균씨는 연일 윤 대통령 부부를 겨낭한 압박 발언을 쏟아내지만 대통령실은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명씨는 14일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제가 거기(윤 대통령 부부) 연결이 된 거는 (2021년) 6월 18일” “(이후 6개월 동안) 매일 전화는 거의 빠짐없이” “김 여사가 대통령직인수위에 와서 사람들 면접을 보라고” 등의 주장을 내놓았다. 명씨는 정치 컨설턴트로 알려졌지만, 공적 지위를 가진 적은 없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14일 SNS를 통해 “선거브로커 명씨를 검찰은 조속히 구속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선거브로커로 공격 받는 명씨가 대통령 부부를 공개 압박하는데도, 대통령실의 대응이 미적지근한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여권에서는 10.16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김옥균 프로젝트’ 시나리오가 다시 나돌고 있다. 7.23 전당대회 당시 여권에서는 1884년 김옥균 등 개화파의 갑신정변이 3일 천하로 그친 것을 빗대 ‘한동훈 후보가 당선되면 100일 안에 끌어내린다’는 ‘김옥균 프로젝트’ 시나리오가 불거졌다. 10.16 재보선에서 국민의힘이 패한다면 이를 핑계로 다시 한 대표를 흔든다는 게 ‘김옥균 프로젝트’의 골자다. 전당대회를 통해 선출된 여당 대표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끌어내린다는 시나리오가 툭하면 튀어나오는 게 여권의 현실인 것이다.
친한계 인사는 15일 “윤석열정부 들어 대한민국 정치가 조선시대로 후퇴하는 느낌”이라며 “윤 대통령이 한 대표의 고뇌 어린 요구를 수용하지 않는다면 정국은 걷잡을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닫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