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기 전 실장, 주중대사 내정 “국익보다 내 사람 챙기나” 논란
“양국 관계 더욱 성숙하게 발전”
회전문·돌려막기 인사 비판도
김대기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14일 신임 주중국 대사에 내정되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인사스타일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야당에선 “국익보다 내 사람 챙기기를 우선하는 인사”라고 비판했다.
이날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은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폭넓은 국정 경험을 갖춘 정통 경제 관료 출신으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과 무역 갈등 해소 등 중국과 경제 협력 사업을 추진한 정책 경험이 풍부하다”고 인선 배경을 밝혔다.
김 내정자는 기획예산처 예산총괄심의관과 재정운영실장, 통계청장, 이명박 정부 경제수석과 정책실장, 윤석열정부 초대 대통령비서실장 등을 역임했다.
정 실장은 “김 내정자는 경제 문제를 중심으로 한중관계에 깊은 관심을 갖고 중국의 사회, 역사, 문화에 천착했을 뿐 아니라 수준급의 중국어 구사력도 갖췄다”고 덧붙였다.
주중국 대사에 윤 대통령과 가까운 측근 인사가 내정됐다는 점에서 이 정부 들어 소원해졌다고 평가받는 한중관계의 활로가 모색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외교가에선 다음 달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윤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 가능성과 내년 경주에서 열리는 APEC을 계기로 시 주석의 방한 가능성 등이 거론되고 있다. 양국 정상의 만남과 관련해 김 내정자가 물밑 조율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신임 대사로 전임 대통령비서실장을 내정한 것은 우리 외교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함과 동시에 최근 활발히 가동되고 있는 한중 고위급 교류의 흐름을 이어 양국관계를 더욱 성숙하게 발전시키고자 하는 뜻이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대통령의 측근을 보낸다고 해서 양국 관계가 풀릴 수 있느냐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한 의원은 14일 내일신문과 통화에서 “중요한 건 정부정책 기조이지 사람이 아니다”면서 “그 전 정재호 주중 대사도 대통령과 굉장히 가까운 인물로 알려져 있었지만 한중관계에 어떤 진전이 있었느냐”고 말했다.
‘새 얼굴’이라고 보기 힘든 인물이 또 중용됐다는 점에서 회전문·보은 인사, 내 사람 챙기기 인사 등의 비판도 여전하다. 대통령경호처장에서 국방부 장관으로 옮긴 김용현 장관, 총선에서 낙선한 방문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주인도네시아 대사 내정 등 기존 인사 때마다 제기된 지적이다.
황정아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회전문 인사의 전형”이라면서 “국익보다 내 사람 챙기기를 우선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인사관에 참담함을 느낀다”고 비평했다. 또 김 내정자의 경력과 관련해 “엄중한 국제정세와 커져가는 한반도의 긴장 속에 그 어느 때보다 기민한 외교력이 필요한 상황”이라면서 “김 전 실장이 과연 중국 대사로 지명될 만한 전문성을 갖췄다고 볼 수 있는 사람이 어딨겠느냐”고 지적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