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규모 부양책 대신 ‘정리 작업’
침체된 부동산시장 활성화 지방정부 부채 해소 목적
중국 정부가 현재 경제의 가장 큰 두 가지 걸림돌인 부동산 시장 침체와 지방정부 재정 악화를 해소하기 위해 ‘정리’ 모드에 들어갔다.
지난 12일 중국 란포안 재정부장(장관)은 브리핑을 통해 지방정부가 채권을 매각해 부채를 상환하고 특별 채권을 사용해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대규모 부양책을 기대했던 투자자들의 예상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이다.
이와 관련해 14일 블룸버그는 재정 계획은 입법부의 승인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러한 기대는 처음부터 빗나간 것일 수 있다면서 전문가 발언을 인용해 실제로 중요한 것은 큰 숫자보다는 정책 전환의 기조인 만큼 고무적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맥쿼리의 중국 이코노미스트 래리 후는 정책 입안자들이 2012년, 2015년, 2020년에 그랬던 것처럼 효과가 있을 때까지 계속 이어나가기로 결정했는지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후는 보고서에서 12일 브리핑의 분위기와 지침은 모두 성장 친화적이었다면서 이는 정책 목표가 ‘국내총생산 5% 성장 달성 이상’이라는 것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노무라의 팅 루는 경기 부양책의 규모보다 부양책의 내용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방정부가 더 이상 토지 판매로 막대한 수입을 거둘 수 없기 때문에 중국은 부동산 위기로 인한 혼란을 정리하고 재정 시스템을 개편해야 한다고 밝혔다.
후이샨을 비롯한 골드만삭스의 이코노미스트들은 12일 발표된 계획이 2024년 GDP 성장률 전망치를 4.7%에서 4.9%로, 2025년 전망치를 4.3%에서 4.7%로 상향 조정하는 데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부양책이 다른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들은 보고서에서 “인구 통계 악화, 다년간의 부채 디레버리징 추세, 글로벌 공급망 위험 완화 추진과 같은 ‘3D’ 과제는 최근의 정책 완화로 되돌릴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지난 2008년 4조위안 규모의 경기 부양책을 시행해 성장 촉진에 효과를 봤지만, 이는 이후 부채와 금융 안정 문제를 야기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 때문에 중국 정부는 시장 기대와 달리 대규모 부양책 대신 정리 작업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창 슈는 당장 새로운 자금이 보이지 않는 만큼 중국의 정책 입안자들은 기존 자원을 활용해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하는 동시에 지방정부가 예산 지출을 이행하도록 지원하는 데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시진핑 주석은 ‘새로운 생산력’과 ‘질 높은 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복지에 현금을 쏟아붓는 대규모 지출은 이러한 우선순위에 역행할 위험이 있다. 이에 따라 이번에는 경기 부양책이 아닌 정리 작업이 추진되고 있는 모습이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