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네타냐후, ‘이스라엘 건국’ 설전
마 “유엔결정으로 건국했다”
네 “홀로코스트 생존자가 건국”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이스라엘군의 레바논 남부 공세를 두고 마찰을 빚던 중 이스라엘 건국 과정까지 거론하며 가시 돋친 설전을 벌였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국무회의에서 “네타냐후 총리는 자기 나라가 유엔의 결정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고 일간 르파리지앵이 보도했다.
복수의 회의 참가자들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비공개회의 도중 이같이 언급하며 “그러므로 이스라엘은 유엔의 결정에서 벗어나선 안 된다”고 발언했다.
마크롱 대통령의 이날 국무회의 발언은 이스라엘이 레바논에서 헤즈볼라를 근절하겠다며 작전하는 도중 레바논 주둔 유엔평화유지군(UNIFIL)까지 공격한 것을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네타냐후 총리는 반박 성명을 내 “이스라엘 국가 수립은 유엔 결의안이 아니라 독립전쟁에서 많은 영웅적 용사들의 피로 거둔 승리로써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전쟁의 참전자 다수는 홀로코스트(나치 독일의 유대인 학살)의 생존자이며, 여기에는 비시 프랑스 정권에서 살아남은 이들도 포함된다”고도 말했다. 1939년 발발한 제2차 세계대전 때 나치 독일에 협력하며 존속한 ‘비시 프랑스’ 정부가 유대인을 탄압했던 역사를 끄집어낸 것이다.
이스라엘의 건국이 유엔 총회 결의에 의해 가능했다는 점은 역사적 사실이다. 2차 대전이 끝난 뒤인 1947년 11월 29일 유엔 총회에서 영국의 위임통치를 받던 팔레스타인 땅의 약 56%를 분할해 유대인에 준다는 결의안 181호가 통과됐다. 이듬해 5월 14일 영국령 팔레스타인의 분리 독립이 확정됨과 동시에 이 지역의 유대인 공동체들이 모여 이스라엘 건국을 선언했다. 이스라엘이 건국되자 주변 중동국가들이 반발하며 제1차 중동전쟁이 발발했다. 이스라엘은 이를 건국전쟁이라고 부른다. 이스라엘은 약 10개월간 이집트, 요르단, 사우디아라비아 등과 싸운 끝에 지중해와 홍해 바닷가까지 점령지를 늘렸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달 프랑스가 미국과 함께 제시한 이스라엘-레바논 휴전안을 네타냐후 총리가 걷어찬 이후 이스라엘의 군사작전을 겨냥해 비난 수위를 높이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5일 이스라엘이 가자와 레바논에서 사용하는 무기의 수출을 중단하는 것이 분쟁을 종식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프랑스는 또한 레바논 남부에 주둔하고 있는 유엔 평화유지군에 대한 이스라엘의 발포를 거듭 규탄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을 공격하면서 유엔평화유지군 시설과 위치를 엄폐물로 이용하고 있다”며 이동을 주장했다. 유엔평화유지군은 이를 즉각 거부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1701호는 레바논 남부에는 레바논 군대와 유엔평화유지군만 배치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장병호 기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