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명할수록 꼬이는 김 여사·명태균 의혹
‘두번 만남’ ‘윤 아닌 친오빠’ 설명 후 논란 더 커져
“대통령실 정상 작동하나” … 명씨, 추가 폭로 예고
이쯤 되면 ‘해명 리스크’라고 할 만하다. 명태균씨의 연이은 폭로에 침묵하던 대통령실이 최근 두 번의 입장을 내놨는데 모두 본전도 찾지 못했다. 해명 당일에 정면 반박이 나오며 논란이 더 커지기만 했다. 여권에선 선거 전날 터진 ‘오빠 논란’에 당혹해하며 “차라리 무대응이 낫겠다”고 한탄했다.
15일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인 명씨가 김 여사와 나눈 카카오톡 대화를 공개하면서 파문이 일었다. 대화 캡처본에서 김 여사는 명씨에 대한 신뢰를 보이며 “철없이 떠드는 우리 오빠를 용서해 달라. 무식하면 원래 그렇다”고 말했다.
‘오빠’가 윤석열 대통령을 지칭하는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자 대통령실은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해명했다. 오빠는 “김 여사의 친오빠”이고 “대통령 입당 전 사적으로 나눈 대화”라는 내용이다.
이 해명은 논란을 더 키웠다. 야권에선 “여사에게 친오빠 없었으면 어쩔 뻔 했느냐”는 조롱이 터져나왔다. 폭로 당사자인 명씨는 처음엔 친오빠 맞다는 입장을 취했다가 “여사의 친오빠는 정치적인 내용을 모르고, 정치적인 걸 논할 상대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대통령실의 해명이 오히려 논란을 더 키운 패턴은 일주일 전에도 반복됐다. 명씨와 관련해 ‘사기꾼에게 대응하지 않는다’는 기조를 유지하던 대통령실은 지난 8일 처음으로 공식 입장문을 내놨다. 이날 입장문에서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과 명씨의 만남 횟수를 2번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이준석 의원, 김영선 전 의원 등의 설명과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게 금방 드러났다.
두번이나 스텝이 꼬이는 모양새다. ‘오빠’가 정말 여사의 친오빠든 대통령이든 논란이 가라앉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김민석 민주당 최고위원은 “남편을 오빠라 하자니 오빠가 바보가 되고 혈육을 오빠라 하자니 오빠가 국정농단이 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여당에서도 대통령실의 성급한 대응을 질타하고 나섰다.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은 “지금까지 대응하는 모습들을 보면 차라리 무대응으로 가는 게 좋겠다”고 했다. 김근식 국민의힘 송파병 당협위원장은 “감당할 수 없는 입장문을 낸 것 같다”면서 “대통령실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는지 기가 막힐 지경”이라고 말했다.
명씨는 16일 다른 언론과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 부부와 나눈 대화 캡처본이 2000장에 달한다는 점을 밝히며 추가 폭로를 예고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