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제2 심판론’, 재·보선 후 ‘김건희 상설특검’ 속도
“둘 다 이기면 심판론 불붙는다” 자신 … 패배하면?
조국혁신당·진보당 ‘독자세력화’ 근거지 마련 갈림길
“영광, 금정 다 이기면 ‘제2 심판론’에 불이 붙는 것이고, 둘 다 내준다? 그러면 진짜 사정이 복잡해진다”
10.16 재·보궐 선거 결과는 야당의 정치지형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거대 양당이 정치적 주도권을 쥐고 있던 지역 4곳의 선거라 ‘이겨야 본전’인 상황에서 당력을 쏟아붓는 형국이 됐다. 부산 금정구청장 보궐선거 결과는 여권뿐만 아니라 민주당 등 야당의 이후 행보에도 직접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야3당이 총력전을 펼친 전남 영광군수 선거 결과는 야권의 주도권 경쟁에서 상당한 후과가 예상된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16일 민주당 최고위 회의에서 “주권자로서 꼭 한표를 행사해 달라”면서 “세상을 관리하는 정치, 행정을 누가 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달라진다”면서 “현재의 삶과 미래를 위해서라도 꼭 투표해 달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또 “문현일 서울 구로구청장이 170억원 대의 주식백지신탁을 못하겠다는 이유로 사퇴한다고 한다”면서 “국민의힘은 잘못된, 엉터리 공천에 대해 사과하고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재·보선 하루 전인 15일 SNS에 앞두고 “국민의 엄중한 경고를 무시하고 민심을 거역하는 정권에 민심이 얼마나 무서운지 일깨울 절호의 기회”라며 “여러분 손으로 2차 정권 심판을 완성해달라”고 호소했다.
민주당이 그리는 최선의 결과는 전남 곡성·영광군수 선거와 부산 금정구청장 선거에서 모두 승리하는 것이다. 재보선 공식선거운동 기간 내내 강조했던 ‘제2 심판론’이 통했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조국혁신당과 단일화에 성공한 부산 금정구청장 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총선에 이은 정권심판 논리가 보수텃밭에서 설득력을 가졌다는 반증이다. 재보선 이후 김건희·채 상병 특검 등을 재추진하는 가장 확실한 동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김건희 여사 관련 특검법이 윤 대통령의 거부권에 잇따라 막히자 상설특검 추진 절차를 밝고 있다. 국회 운영위에서 김건희 여사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 등을 수사하기 위한 상설특검 추진 절차에 착수한다. 상설특검은 별도 특검법 입법 없이 이미 제정된 상설특검법에 따라 특검을 가동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이에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불가능하다.
최근 불거진 명태균씨 관련 논란이 여권의 특검반대 입장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16일 “(김 여사 관련 논란에 대한 수사를) 검찰에 맡겨서는 답이 없다는 것이 확인됐다”면서 “김건희 특검으로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한동훈 대표도 윤 대통령 부부와 결별하고 김건희 특검이 국민 눈높이고 민심을 따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건희 특검에 협조하라는 압박이다.
야3당이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난 전남 영광과 부산 금정구 선거에서 모두 패할 경우 책임론 공방이 거세질 전망이다. 민주당 한 의원은 “이겨야 본전인 호남 선거에서 지고, 부산까지 내준다면 사정이 복잡해진다”면서 “전반적인 재보선 선거전략 자체를 의심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표의 당 장악력을 직접 위협할 수준은 아니라도 확장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질 수 았다.
영광군수 선거를 놓고는 내부적으로 민주당 내부의 전열정비와 공천과정에 대한 문제제기가 끊이지 않았다. 민주당 관계자는 영광군수 재선거 진행과 관련해 “후보 공천 과정이나 조직 운영 측면을 모두 재점검해야 하는 선거”라고 말했다. 진보당 관계자는 “민주당이 당력을 총동원하는 듯한 전면전에 나서면서 진보당의 생활정치 구호가 힘을 얻은 측면이 크다”고 말했다.
독자세력화를 추진해 온 조국혁신당과 진보당의 정치적 공간이 확보될지도 주목할 대목이다. 조국혁신당은 이번 호남 재보선을 계기로 지역기반을 마련해 ‘비례정당’의 한계를 뛰어넘겠다는 구상이었다. 전국적으로는 정권교체에 기여하면서도 호남 안에선 민주당과의 경쟁을 강조한 것의 시험대인 셈이다.
조 국 대표는 15일 영광 지원유세에서 “이제는 경쟁을 통해 더 나은 후보와 정책을 선택할 수 있는 시대”라며 “영광군민들께서 과거와 결별하는 용감한 선택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혁신당 관계자는 “당초 30%대의 지지를 확인하면 다음 지방선거에서 민주당과 경쟁구도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봤는데 민주당의 전면전으로 판이 커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선거 승리 없이 ‘가능성 확인’ 정도로 민주당 대체정당의 위상을 자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명환 박준규 기자 m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