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셀-브레이크 혼동 사고, 연간 2천건
삼성화재 교통안전연구소
“오조작 방지장치 의무화”
가속페달과 제동페달, 자동차의 엑셀레이터와 브레이크를 혼동해 발생하는 사고가 연간 2000건에 달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삼성화재 교통안전문화연구소는 16일 ‘페달 오조작 사고 특성 분석 결과’를 통해 최근 5년간 매달 160건 이상 관련 사고가 발생한다고 밝혔다.
66개월간 발생한 페달 오조작 관련 사고는 1만1042건으로 연간 2008건, 매달 167건이 발생하고 있다. 엑셀과 브레이크를 번갈아 작동해야 하는 주차 및 출차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하는 비율이 48%에 달했다.
연구소는 2019년부터 올 6월까지 삼성화재 자동차보험 가입 차량의 사고를 분석한 결과 이같은 결과를 내놨다. 다른 보험사 가입자를 고려할 경우 실제 페달 오조작 사고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대개 사고를 내면 운전자는 자신이 페달을 혼동했는지 모른 채 급발진 등을 주장하곤 한다.
연구소는 일본 사례를 예로 들면서 페달 오조작 방지장치(PMPD, Pedal Misapplication Prevention Device)와 같은 사고 예방 기술의 의무화를 제안했다.
일본 국토교통성은 ‘2022년 자동차기준 국제회의’에서 PMPD 장착시 63%의 페달 오조작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일본정부는 내년부터 모든 신차에 PMPD 설치를 의무화하는 것을 추진 중이다. 또 신차가 아니어도 기존 차량에 추가로 탑재할 수 있는 애프터마켓용 PMPD 350여종에 대해 인증을 내준 바 있다.
PMPD와 PMSA(Pedal Misapplication Suppression Algorithm), ACPE(Acceleration control for pedal error) 등 차이가 있지만 통상 엑셀과 브레이크를 잘못 사용하는 것은 막기 위한 기술이다. 저속으로 전-후진 할 때 급가속을 막는 장치다. 국내에서도 현대자동차가 일부 차종에 대해 페달 오조작 안전 보조장치(PMSA) 제품을 적용한 바 있다. 보험업계에서는 급발진 의심사고시 증거자료로 활용할 수 있는 페달 블랙박스보다 사고 예방에 도움되는 오작동 방지 장치가 더 효과적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연구소가 조사 결과에서 주목하는 것은 연령대 사고 비율이다.
삼성화재 가입 고객의 페달오조작 사건 중 39.1%가 60대 이상이었다. 65세 이상은 전체 25.7%에 달했다. 특히 연령대별로 운전면허를 가지고 있는 사람과 사고 비율을 환상한 결과 70세 이상 운전자의 페달 오조작 사고 점유율은 다른 연령대보다 2.5배 높게 나타났다.
일본이 PMPD 기술 의무화에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이는 것도 이러한 고령 운전자에 의한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다.
국회에서도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최근 황희 의원(더불어민주당, 서울 양천갑)이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 장착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자동차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법안을 살펴보면 자동차 제조·판매업자는 신차를 제조하거나 출시할 경우 관련 장치를 의무하도록 했다. 또 이를 어길 경우에는 제조·판매자를징역형 또는 벌금형 처벌을 받게 하는 처벌조항도 포함했다.
박요한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고령자 우선 보급을 위해 구매 지원과 보험료 할인 등이 뒷받침되면 가속페달 오조작 사고 예방에 큰 효과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