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응→급발진→무대응, 갈피 못잡는 대통령실
명태균 폭로전, 반응 삼가다 두번 해명 … 논란 커지자 다시 침묵 속으로
“당도 대통령실도 어차피 쉴드 못쳐” … ‘대통령 내외 결자해지론’ 부상
김건희 여사 ‘공천개입’ 의혹 핵심 인물인 명태균씨의 폭로전에 대통령실이 속절없이 끌려다니고 있다. 명씨를 ‘사기꾼’ ‘정치 브로커’ 등으로 폄하하며 무대응으로 일관하던 대통령실은 최근 두 번의 공식입장을 냈다가 오히려 되치기를 당했다. 명씨가 추가 폭로를 예고했지만 대통령실은 다시 무대응으로 복귀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명씨가 어떤 카드를 갖고 있는지 파악이 힘든 데다 섣불리 나섰다가는 ‘안 하니만 못한 대응’이라는 비판만 받는다는 게 명확해졌기 때문이다. 당분간 대통령실은 폭로 정국의 한가운데서 묵언수행을 해야 할 상황이다.
17일 대통령실은 명씨의 추가 폭로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웠지만 별다른 대응은 삼갔다. 명씨와 김 여사가 주고받은 메시지 속 ‘오빠’와 관련해 “대통령 아닌 여사의 친오빠”라는 해명을 내놓은 후 더 큰 후폭풍이 몰아쳤기 때문이다. 야권에선 “오빠가 누구냐가 바이든, 날리면에 이어 두번째 국민퀴즈”(김민석 민주당 최고위원)라는 조롱이 나왔고 여당에서도 “대통령실 해명을 믿을 수밖에 없지만 국민들이 얼마나 설득력 있다고 생각하실지 자신이 없다”(김종혁 국민의힘 최고위원)는 반응이 나왔다.
이같은 상황을 의식해 대통령실은 당분간 관전 모드에 돌입할 전망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16일 “명씨가 추가적으로 내놓을 게 별로 없을 것”이라며 “당분간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의 침묵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게 정치권 해석이다. 대통령 내외와 나눈 메시지 캡처본이 2000장에 달한다는 명씨 주장이 맞다고 가정하면 어떤 추가적인 폭로가 나올지 가늠하기 어렵다. 명씨 관련해 팩트체크를 해줄 수 있는 사람은 대통령 내외밖에 없는데 참모들이 얼마나 면밀하게 확인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결국 기존 무대응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결국 당분간 명씨의 입만 쳐다봐야 하는 상황이 되면서 여권에선 답답한 한숨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16일 “당도 대통령실 참모들도 (명씨에 대해) 아는 게 없기 때문에 쉴드(방어막)를 쳐줄 수 없다”면서 “솔직히 당 입장에선 대통령실에서 떨어지는 폭탄을 언제까지 맞고 있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여당 내에선 대통령 내외가 직접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결자해지론’이 제기된다. 이 관계자는 “출구가 없다. 대통령 내외가 나서서 직접 푸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에선 아직 그 정도까지 대응방안이 논의되지는 않는 모습이다. 명씨에 대한 창원지검 수사가 진행중이라는 점에서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명씨의 폭로전이 멈추지 않을까라는 희망섞인 전망이 나올 뿐이다.
그러나 정치적 상황을 보면 시간이 대통령실 편이 아니라는 점이 문제다. 민주당은 17일 세번째로 김건희 특검법을 발의하며 여권에 대한 압박강도를 높였다. 대통령과 차별화 노선을 걷고 있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다음 주로 예정된 대통령과 독대에서 김 여사는 물론 명씨 폭로전에 대해 강도높은 주문을 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