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 수장 신와르 이스라엘군에 사살
이스라엘 “군사·도덕적 업적” … 1년 넘은 가자전쟁·중동정세에 중대 분수령
이스라엘군은 이날 성명에서 “이스라엘과 신베트(국내 정보기관)가 1년간 추적한 끝에 어제(16일) 남부사령부 소속 군인들이 가자지구 남부에서 하마스 테러조직 지도자 야히야 신와르를 제거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전날 828여단이 가자지구 남부에서 하마스 대원 3명을 사살했으며, 시신의 신원확인을 통해 신와르 사망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영상 메시지를 통해 “비로소 가자 주민들이 하마스의 폭정에서 벗어날 기회가 왔다”며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하마스에 납치된 자국민 인질을 거론하며 “우리가 사랑하는 모든 사람이 돌아올 때까지 전력을 다해 (전쟁을) 계속하겠다”고 강조했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이스라엘은 신와르 제거로 정의를 구현했다”며 “군은 이스라엘 국민이나 군인을 해치려는 이들을 누구든 찾아가 법의 심판대에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 카츠 외무 장관도 “작년 10월 7일의 학살과 잔학행위에 책임이 있는 대량 살인범 야히야 신와르가 이스라엘군에 의해 죽었다”면서 “이는 이스라엘이 이룬 커다란 군사적, 도덕적 업적이자 이란이 이끄는 이슬람의 사악한 축에 맞선 자유세계 전체의 승리”라고 강조했다. 이어 “앞으로도 몇 년 동안 가자지구 작전이 이어질 것”이라며 “(이스라엘인) 인질의 귀환과 하마스 통치의 교체를 끌어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 현지 매체는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의 한 건물에 하마스 무리가 있는 것을 발견하고 총격한 뒤 내부로 진입했으며, 이 가운데 1명이 신와르와 닮은 것으로 파악했다고 보도했다.
신와르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 이스라엘을 지원해 온 동맹국 지도자들이 일제히 평화를 위한 장애물이 제거됐다는 반응을 내놓기도 했다. 이에 반해 하마스는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신와르는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을 설계하고 주도한 인물로 이스라엘군의 ‘제거 1순위’ 표적으로 꼽혔다. 그는 지난 7월 31일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암살된 이스마일 하니예에 이어 하마스 수장인 정치국장 자리에 올랐다. 또 지난 7일에는 신와르가 최근 카타르에 있는 하마스의 협상 대표단에 메시지를 전달하는 등 건재하다는 이스라엘 매체의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그런 만큼 이번 신와르 사망은 향후 하마스의 조직 운영과 통치능력에 상당한 타격을 입힐 것으로 전망된다.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이 하마스 무장대원들을 향해 “이제 나와서 인질들을 풀어주고 손 들어 항복할 때”라고 경고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전쟁을 이끌던 수뇌부가 연이어 사망하고 인적 물적 피해까지 막심한 만큼 내부 동요가 심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이런 분위기를 더욱 압박해 잡혀간 인질들을 석방시키고 하마스의 항복선언을 받아내는 것이 이스라엘의 최우선 목표가 될 전망이다. 다만 지금 당장은 하마스가 치명상을 입은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가자지구 문제가 이스라엘 뜻대로 흘러갈지는 미지수다.
지난 1년간 이스라엘군에 의해 4만 2000명 가량의 팔레스타인인들이 죽고 수십만명이 다치고 수백만명의 난민이 발생한 만큼 오히려 팔레스타인 내부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만 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더 큰 분쟁과 충돌 가능성만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편 요르단강 서안 통치를 주도해온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의 마무드 아바스 수반은 신와르 사망 소식이 알려지자 긴급 회의를 소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