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숙인 금융지주 회장…위기관리능력 시험대
잇따른 내부 물의에 책임
내부통제 강화 대책 다짐
주요 금융지주사 회장들이 잇따라 주주와 국민을 대상으로 머리를 숙였다. 계열사에서 터져 나오는 각종 금융사고에 대한 최고 관리책임자로서 도의적 책임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감독당국의 조사와 검찰 수사결과에 따라 추가적인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위기관리능력 시험대에 섰다는 관측이다.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지난 10일 국회 정무위 국감에 출석해 “우리금융의 신뢰를 떨어뜨린 점에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경영진의 각성 및 쇄신이 필요하다는데 전적으로 공감하고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겠다”고 밝혔다.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 친인척에 대한 수백억원대 부당대출 의혹과 관련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최고책임자로서 국회와 국민을 대상으로 사과와 재발방지를 다짐했다. 국내 금융지주 회장이 이례적으로 국회 국정감사에 직접 참석해 공개적으로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개선을 다짐했다는 점에서 임 회장이 가지는 위기의식을 반영했다는 평가다.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도 계열사인 신한투자증권의 대규모 투자손실에 대해 주주와 고객에게 사과했다. 진 회장은 17일 “심려를 끼쳐 드려 송구스럽다”며 “다시 한번 내부통제를 되짚고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신한투자증권은 올해 8월 상장지수펀드(ETF) 선물 거래 과정에서 1300억원대 규모의 대규모 손실이 발생해 금융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
이석준 NH농협금융지주 회장도 18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 국감에서 올해 잇따라 발생한 농협은행의 금융사고와 관련 “책임을 통감한다”면서 “제도와 시스템이 문제라면 책임을 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KB금융지주 양종희 회장도 계열사인 KB국민은행의 콜센터 협력업체 소속 직원의 처우 등과 관련해 국회 환노위 증인으로 채택됐다 막판 상생협약 체결로 취소됐다. 양 회장은 이 과정에서 협력업체 직원에 대한 처우개선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금융지주 회장들의 최고 관리책임자로서 위기관리 능력은 내부통제 시스템을 어떻게 개선하고 정착하느냐에서 판가름날 전망이다. 특히 임 회장은 손 전 회장 관련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결과가 나오면 어떤식이든 추가적인 대책을 내놓을 수밖에 없어 제도개선에 절박할 수밖에 없다. 임 회장은 지난 국감에서 “자회사 임원 선임과 관련해 사전합의제를 폐지하고 계열사의 자율경영을 보장하겠다”면서 큰 틀의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진 회장과 이 회장도 내부통제 시스템 보강을 강조하고 나섰다. 이 회장은 “금융권 최초로 ‘NH금융윤리자격증’을 도입하겠다”며 “책무구조도가 도입되면 대폭 강화된 시스템이 작동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한금융도 신한은행이 이미 은행권에서 가장 앞서 내부책무구조도를 금융당국에 제출한 데 더해 각 계열사별로 추가적인 보완대책을 마련할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유지주사별로 2만명 안팎의 임직원이 있는데 의도를 가진 금융사고를 완벽하게 방지하기는 쉽지 않다”면서도 “사전 예방과 사후 조치를 강화하고, 주주와 고객에 대한 책임성을 높일 수 있는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