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금리 낮춘 뒤, 신흥국 시장 다시 불안
트럼프 재선가능성↑
중국경제 반등 지연 등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인하 이후 각광을 받았던 신흥국 대상 투자가 주춤해지는 모양새다.
20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18일(현지시각) 연준이 기준금리를 50bp 인하한 이후 미국 증시 대비 사상최저치에서 잠시 반등했던 신흥국 증시는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신흥국 통화와 신흥국 통화표시 채권은 2023년 2월 이후 최악의 한 달을 보내고 있다.
연준 금리인하가 새로운 리스크에 직면하면서 글로벌 투자자들이 신흥국 자산을 기피하고 있다. 미국채 수익률 상승, 달러강세, 통화옵션 변동성 확대 등 리스크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도널드 트럼프의 재선 가능성과 중국의 미약한 경기부양책이라는 분석이다.
중국이 연이은 부양책을 내놓았지만 투자자들은 경기회복에 충분하다는 확신을 갖지 못하는 상황이다. 중국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신흥국 주식 벤치마크는 미국 S&P500 지수 대비 저조한 실적을 보이고 있다.
블룸버그는 “신흥국 트레이더들은 다시 한번 인플레이션이 예상되는 미국경제와 디플레이션이 예상되는 중국경제에 방어적인 포지션을 취하고 있다”고 전했다.
글로벌애셋매니지먼트(GAM) UK의 이사 폴 맥나마라는 “여전히 중국의 약세와 트럼프라는 2가지 잠재적 신흥국 위협이 존재한다”며 “게다가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면 추가 금리인하가 연기될 뿐만 아니라 중기적으로 모든 위험자산에 부담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경제지표 호조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되살아나고 트럼프가 관세 인상과 보호주의를 주요 무역의제로 거듭 강조하면서 신흥국 증시 상승세가 중단됐다. 경제학자들은 트럼프 정책이 시행되면 미국 소비자물가가 상승하고 신흥국의 수출성장이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헤지펀드들은 또한 관세인상에 취약한 개발도상국들을 상대로 달러차익을 노리는 포지션을 늘리고 있다.
신흥국 채권 투자 수익률도 정체되고 있다. 인도네시아와 헝가리 튀르키예 등이 금리인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신흥국 달러표시 채권 평균수익률은 연준 금리인하 이후 9bp 상승했다. 신흥국 통화표시 채권 수익률도 9bp 올랐다. 신흥국 통화표시 채권은 달러 기준으로 저조한 편이다. 환율 하락이 추가부담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지표 호조로 연준 통화정책 향방에 혼란이 오면서 신흥국 채권수익률 곡선도 달라지고 있다. 달러표시 채권 시장에서 투자자들은 장기채권보다 단기채권을 선호하고 있다. 금리하락이 예상되는 환경에서는 보기 드문 현상이다. 연준 금리인하 이후 10년이상 만기 채권은 3.6%의 손실을 기록한 반면, 3년 미만 만기 채권은 소폭 상승했다.
영국 소재 프론티어로드의 헤지펀드 매니저 마틴 버세치는 “4%가 넘는 미국채 수익률과 미국 경제활동의 회복은 연준의 금리인하 사이클이 시작됐다는 생각에 의문을 던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