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3명 중 1명 학대, 자살위험 3.8배
부모 공동 학대 80%, 서로 공격 ‘혼란 가족’도 20% … 방임 경험은 가출 위험 높여
우리나라 청소년 3명 중 1명이 학대에 노출돼 있으며 학대 피해와 방임 경험자일수록 자살과 가출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21일 연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김재엽 교수 연구팀이 최근 발표한 ‘2024 청소년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에 응답한 중·고교 재학 중인 1000명의 청소년 가운데 가정 내에서 아동학대를 경험한 비율은 전체의 32.8%(320명)였다. 부와 모의 공동 학대가 80%, 가족끼리 서로 공격하는 ‘혼란 가족’도 20%에 이르렀다.
◆학대 아동의 자살시도 4.3배 높아 = 연구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청소년 3명 중 1명은 가정 내에서 부와 모에 의해 한번 이상 아동학대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 청소년만을 따로 분석하면 부모 모두가 자녀에게 폭력을 가하는 ‘공동 가해자’ 유형은 전체의 80.6%(258명)에 이르렀다. 이 중 30.6%(98명)는 배우자 폭력도 함께 발생하고 있는 경우로 확인됐다.
이번 연구에서는 자녀에 의한 부모폭력 유형도 확인됐다. 피해 청소년의 19.3%(62명)은 부모와 자녀 모두가 서로를 공격하는 이른바 ‘혼란 가족’ 유형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66.1%(41명)는 자녀에 의한 부모폭력이 두드러지는 ‘역방향 폭력’ 유형으로 나타났다.
아동학대에 노출된 청소년은 자살위험이 현저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아동학대에 노출되지 않은 청소년에 비해 모든 피해 청소년은 자살위험은 최소 2.9배에서 최대 3.8배까지 높았다고 분석했다. 또 자살위험을 세부적으로 분석한 결과 자살생각은 최대 7.7배, 자살시도는 4.3배까지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사회복지사와 같은 전문가의 지지로 자살위험을 낮추는 보호역할을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특히 자살생각과 계획 그리고 시도에 이르는 자살위험의 심각성에 클수록 전문가의 지지 효과가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김준범 연구원은 “기본적으로 폭력은 상호 동시발생 경향성을 보이기 때문에 연관 유형을 함께 다뤄야 한다”며 “하지만 그동안 세부 유형을 중심으로 분절적으로 접근한 경향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연구는 청소년이 경험할 수 있는 가정 내 폭력을 포괄적으로 다루며 다차원적으로 유형화했고 나아가 아이들의 자살위험에 사회복지사와 같은 전문가의 지지 효과를 검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덧붙였다.
◆사회복지사 등 전문가 개입, 개선 효과 = 조사 대상 청소년들의 방임 피해 정도에 따라 가출 경험 비율을 살펴본 결과, 방임 피해가 높은 집단은 낮은 집단에 비해 가출 위험이 3.8배 더 높았다.
또한 방임 피해 청소년들에게 제공된 전문적인 상담과 지원 프로그램 참여 여부에 따라 가출률은 현저히 감소하는 양상을 보였다. 전문가의 지지를 받은 집단에서는 가출률이 48.9%로 줄어든 반면, 지원을 받지 못한 집단은 51.1%에 이르는 높은 가출률을 기록했다. 방임 경험과 가출 행동 간의 관계를 분석한 결과 신체적 방임, 정서적 방임, 의료적 방임, 환경적 방임 피해를 받은 청소년들은 가출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들의 행동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전문적인 지지를 통해 완화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유일 연구원은 “청소년 방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문가의 지속적인 개입과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며, 특히 방임 피해 청소년들의 심리적 회복과 사회적 적응을 돕기 위한 다각적인 프로그램 개발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김재엽 교수는 “청소년기의 방임 경험은 심리적 불안정성을 일으키고 이로 인해 가출과 같은 문제행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이러한 청소년들에게 제공되는 전문가의 개입은 그들의 상황을 이해하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청소년 복지 및 상담 분야에서 방임 피해 청소년들을 지원하는 데 있어 전문가의 역할을 재조명했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