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한 회동 성과 못 내면…여권 ‘3각 위기’
윤 위기 … 쇄신 외면에 당심 이반 ‘11월 위기설’
한 위기 … 친윤 사퇴 공세·보수층 실망 겹칠 수도
공멸 위기 … 대통령·당 지지 바닥, ‘제3리더십’ 거론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마침내 만난다. 두 사람은 여권이 맞닥뜨린 위기를 돌파할 해법을 내놓을 수 있을까. 만약 이번 회동에서 국민 눈높이에 못 미치는 결과를 내놓는다면 여권은 ‘3각 위기’를 피하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1일 오후 윤 대통령과 한 대표는 한 달여 만에 마주한다. 여권의 위기의식이 커진 만큼 회동에 대한 기대도 크지만, 결과는 불투명하다는 관측이다. 친한 핵심의원은 “용산이 하루아침에 바뀔 거라고 보지는 않는다”며 기대치를 낮췄다.
앞서 한 대표는 △김 여사 관련 대통령실 인적 쇄신 △김 여사 대외활동 중단 △김 여사 의혹 규명을 위한 절차 협조를 제시했다. 한 대표는 이날 회동에서 윤 대통령에게 국정 전반에 대한 쇄신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윤 대통령이 흔쾌히 수용하지 않는다면 여권에 닥친 위기는 일파만파 확산될 것이란 전망이다.
우선 윤 대통령은 위기의 한복판에 설 수밖에 없다. 민심은 김 여사 불기소와 명태균씨 논란에 대해 분노한 모습이다. 한국갤럽 조사(15~17일, 전화면접, 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에서 윤 대통령 부정평가 이유로 ‘김 여사 문제’(14%)가 두 번째로 많이 꼽혔다. 야권은 ‘김 여사 특검법’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10월 국정감사 기간 내내 김 여사 문제에 발목 잡힌 여당 의원들도 11월에는 입장이 바뀔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대목이다.
이른바 윤 대통령 ‘11월 위기설’이다. 중도·비윤 의원들이 “이대로는 안된다”며 윤 대통령에게 등 돌리면서 특검법 이탈표가 늘어날 가능성이 점쳐진다.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떠나면 윤 대통령은 남은 임기 절반을 사실상 식물정권으로 보낼 수밖에 없다는 우려다.
한 대표에게도 위기가 닥칠 수 있다. 두 가지 측면이다. 친윤의 공세와 보수층·당원의 외면이다. 친윤은 한 대표를 ‘배신자’로 규정하고 흔들기를 멈추지 않고 있다. 친윤 이상규 서울 성북을 당협위원장은 20일 SNS에서 “총선 패배, (서울)교육감 선거 패배, 구로구청장 사퇴는 당 대표가 수도권을 포기했다는 증거”라며 한 대표의 사퇴를 공개요구했다.
보수층과 당원들의 기대감이 식을 수도 있다. 보수층과 당원들은 7.23 전당대회에서 압도적 지지로 한 대표를 당선시켰지만, 한 대표는 아직까지 뚜렷한 성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한국갤럽의 차기주자 조사에서 한 대표는 총선 직전 24%까지 상승했지만, 지난달 말 15%로 내려앉았다. 보수층과 당원들의 ‘차기주자 한동훈’에 대한 기대감이 식고 있는 것이다.
공멸 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윤 대통령이 쇄신 요구를 끝까지 외면하고 한 대표가 윤 대통령을 설득해내지 못한다면 민심은 윤 대통령과 한 대표 모두에게 등 돌릴 것이란 걱정이다. 윤 대통령 국정지지도와 국민의힘 지지율이 똑같이 바닥권으로 추락한 상황이 이같은 우려를 증명한다는 지적이다.
친한 의원은 “(윤 대통령이) 민심이 더 악화되기 전에 해법을 내놓지 않는다면 여권은 한묶음으로 혼이 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여권 일각에서 검찰 선후배인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리더십에 대한 기대를 접고 ‘제3의 리더십’을 거론하기 시작한 것도 두 사람이 직면한 공멸 위기를 암시하는 대목으로 꼽힌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