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기업 자사주매입 45조원 사상최고치
FT “역외기업 포함한 올해 주주환원 580조원 예상”
중국 본토 기업들의 자사주매입이 올해 사상최고치로 치솟았다. 중국정부가 지지부진한 증시를 부양하기 위해 기업들에게 주주환원을 재촉하면서다.
21일(현지시각)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올해 들어 현재까지 중국 본토 증시에 상장된 기업들의 자사주매입액은 2350억위안(약 45조5000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전체보다 2배 이상 많은 것은 물론 역대 최고기록이었던 2022년 1330억위안을 훌쩍 뛰어넘었다.
중국정부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가장 큰 규모의 경제부양책을 속속 발표하면서 자사주매입 열풍이 이어지고 있다. 중국 벤치마크 CSI300지수는 지난달 20% 이상 상승했다.
골드만삭스 중국증시전략가 킹거 라우는 “중국 주가가 얼마나 많이 떨어졌는지를 고려하면 현금을 보유한 기업들이 자사주매입에 나선 것은 경제적으로 합리적”이라며 “중국정부가 기업 지분을 보유한 경우 정부의 금고를 채우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자사주매입 급증은 중국인민은행이 지난주 말 기업들의 자사주매입을 돕기 위해 3000억위안 규모 대출을 시행하겠다고 발표하기 직전부터 시작됐다. 인민은행 발표 이후엔 국영석유기업 시노펙(중국석유화공) 등 20개가 넘는 중국기업들이 총 규모 100억위안이 넘는 자사주매입 계획을 선언했다.
UBS와 브릿지워터에서 일한 중국금융 전문가 제이슨 베드포드는 “중국은 자사주매입을 장려해 증시랠리를 꾀하고 있다”며 “중국정부가 올해 내내 이를 밀어붙이고 있다”고 말했다.
홍콩 소재 ‘아가일 스트리트 매니지먼트’ 수석투자책임자인 킨 챈은 “중국은 기업들에게 자사주매입을 권하는 일본식 접근법을 따르고 있다”며 “증시 참여자로서, 이는 우리에게 좋은 일이다. 하지만 이 조치로 경제문제가 해결될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중국의 3분기 GDP는 전년 동기대비 4.6% 상승했다. 공식 목표치는 5%다.
주식 공급량을 줄이면서 주가를 부양하는 자사주매입 증가는 신주발행 둔화와 동시에 이뤄지고 있다. 데이터기업 딜로직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 중순까지 중국 본토에서 기업공개(IPO)로 모은 자금은 전년 동기 대비 86% 수준으로 하락했다. 이 기간 총 규모 55억달러 규모의 IPO는 2013년을 제외하고는 역대 최저치다. 2013년은 중국당국이 상장 규정을 재점검하면서 기업들의 신규상장을 막았던 해다.
중국기업들은 또 배당금을 늘리며 주주들에게 환원하는 자금을 늘리고 있다. 골드만삭스 추산에 따르면 역외기업을 포함한 중국상장기업들은 지난 3년 동안 매년 2조위안 이상의 자사주매입과 배당금지급을 실행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주주환원 총액은 3조위안(약 580조원)에 다다를 것”이라며 “텐센트와 징둥닷컴 등 홍콩상장기업들이 주주환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