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한, 회동설명 서로 달라…루비콘강 건너
친한 “요구안 전부 거절” 대통령실 “회동 왜곡해 전달”
윤, 면담 직후 추경호 따로 만나…특검법 재투표 주목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회동이 어렵사리 성사됐지만, 양측은 81분간의 대화에 대한 복기조차 서로 달랐다.
한 대표측은 “윤 대통령이 요구안을 전부 거절했다”고 밝혔지만, 대통령실은 “한 대표측이 대화를 왜곡해 전달했다”고 반박했다. 양측의 갈등이 이제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모습이다.
21일 회동에서 윤 대통령은 한 대표의 요구안을 전부 거부했다고 친한 관계자들은 전했다. 한 대표의 대통령실 인적쇄신 요구에 대해 윤 대통령은 “(김 여사 라인으로 지목된 직원들이) 대체 무슨 잘못을 했나. 구체적 잘못이 없으면 안 된다”는 취지의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김 여사의 대외 활동 중단 요구에 대해선 “이미 활동을 자제하고 있다”는 취지로 답했다고 한다.
김 여사 의혹 규명을 위한 절차 협조 요구에 대해서는 “현재 제기되는 의혹은 전부 터무니없다”며 반박했다고 전했다. 한 대표가 특별감찰관을 요구한 데 대해서도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이 먼저”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친한 핵심의원은 22일 “윤 대통령이 (한 대표의) 요구를 전부 거부했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반면 대통령실 설명은 다르다. 대통령실 핵심관계자는 22일 “(한 대표측) 설명이 너무 아쉽다”며 “(윤 대통령은 김 여사 활동 중단 요구와 관련) ‘집사람은 지금도 많이 힘들어 하고 의욕도 없는 상황이다. 이미 대외활동을 자제하고 있다’는 취지로 설명했는데 그걸 앞뒤 자르고 (언론에) 얘기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특별감찰관 임명 요구에 대해서도) 북한인권재단 얘기만 한 게 아니라 여야 합의를 따르겠다는 취지였는데 전후 맥락 설명 없이 전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한 대표가) 면담 결과에 대해 ‘진솔한 속내를 나눴다’ ‘일부 성과도 있었다’고 설명했어도 충분한데 왜 저렇게 흘리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 대표가 회동 내용을 ‘왜곡’해서 전달한다는 취지로 읽힌다.
친한에서는 이날 한 대표가 윤 대통령에게 제시한 요구안은 명태균씨 논란과 김 여사 불기소 등으로 성난 민심을 다독이기 위한 최소한의 수습책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한 대표 요구를 흔쾌히 수용하지 않으면서 이제는 민심과 직접 마주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는 설명이다.
친한 인사는 이날 “김 여사를 둘러싼 논란이 잇따르는데다, 민생은 최악인 상황이라 바닥 민심은 ‘나는 먹고살기도 힘든데 대통령 가족은 명품백 받아도 아무 문제가 안되는 게 말이 되냐’며 분노하고 있다”며 “(윤 대통령이) 한두 달 안에는 결국 여론에 떠밀려 한 대표 요구안을 전부 수용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 인사는 “한 대표 요구안을 흔쾌히 받았으면 특검까지는 가지 않았을 텐데, 민심에 떠밀리기 시작하면 나중에는 특검도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당장 야당이 발의한 세번째 ‘김 여사 특검법’이 변수로 등장하는 모습이다. 한 대표는 민주당이 발의한 ‘김 여사 특검법’에 대해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친한 인사는 “지난번에는 이탈표가 4표에 그쳤지만, 어제 회동을 지켜본 의원들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 모르겠다. 이탈표가 많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윤 대통령은 한 대표와의 회동 직후 추경호 원내대표를 따로 불러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법 재투표에서 표단속을 당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