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주택의 전기감리 지정대상을 확대해야한다는 여론이 고개 들고 있다. 공공주택 건설현장에서 전기공사 부실문제가 꾸준히 제기되기 때문이다.

22일 한국전기기술인협회에 따르면 부실시공을 방지하기 위해 도입된 공공주택 감리 지정제도는 건설(건축)분야의 경우 30세대 이상을 대상으로 한다. 반면 전기분야는 300세대 이상으로 규정된 후 20여년간 변함없이 운영되고 있다.

이에 300세대 미만 현장에서는 시공기간(공사중지 제외)동안 전기감리원이 상주하지 않아 모든 공정에 대한 현장특성을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러한 사례는 부실감리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전기감리업계 관계자는 “공사현장의 안전 사각지대를 해소하려면 감리전문가 인력확충과 역량강화도 필요하지만 승인권자의 지정감리 대상 또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소규모 건설공사의 안전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은 전기감리보다 지정감리제도 대상이 훨씬 넓은 건설(건축)분야에서 이미 제도가 마련돼 시행되고 있다.

예를 들어 건설공사의 경우 △건축주가 직접 시공할 수 있는 건설공사 범위를 축소했고(건설산업기본법) △허가권자가 설계에 참여하지 않은 자 중 공사감리자를 지정해야 하는 건축물을 ‘분양목적 건축물’에서 ‘주택으로 사용하는 건축물’로 확대(건축법)했다.

다중주택과 다가구주택을 추가함으로써 공사현장 안전 확보를 꾀한 것이다.

이에 전기감리업계는 감리 지정대상을 기존 300세대 이상에서 100세대 이상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2023년 조성된 신축아파트를 기준으로 살펴보면 300세대 이상은 1만3704단지, 100세대 이상은 1만8777단지다.

어찌보면 큰 차이가 나지 않지만 업계에서는 감리대상 확대가 부실감리 해소, 안전강화를 위한 상징성이 있다는 입장이다.

10월 17~18일 제주도 호텔시리우스에서 열린 ‘제 16회 전력기술관리법 운영관련 지자체 공무원 세미나’에서도 참석 공무원의 58%가 전기감리대상을 확대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감리대상을 확대할 경우 지자체 담당공무원의 업무가 늘어남에도 60% 가까운 공직자들이 필요성을 공감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공공주택 지정감리대상을 100세대 이상으로 확대할 경우 감리업자의 사업수행능력을 사전에 종합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전력시설물 설치공사 품질을 확보할 수 있는 대상이 넓어지는 셈이다.

아울러 전기감리업자가 건축물공사에서 건축주 및 시행사와 독립된 위치에서 업무를 수행함으로써 부실공사 책임소재의 명확성도 높일 수 있다.

전기감리업계 관계자는 “공공주택 전기감리 지정대상을 100세대 이상으로 확대하는 것은 국민과 전기인에게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전기기술인협회 관계자는 “앞으로도 지속적인 제도연구를 통해 공사 품질을 높이고 전기인들의 처우 개선방안을 찾아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공공주택에 대한 전기감리업자 사업수행능력 세부평가제도는 감리업자를 주택건설공사의 시작부터 끝까지 배치해 부실시공을 방지하고 대국민 안전체감도를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2006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