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탕 만남’ 비판에 용산 “차분하고 원만하게 진행돼”
인적쇄신 요구에 “문제 있는 사람들 반드시 정리해”
김 여사 대외활동 중단 요구엔 “이미 많이 힘들어해”
“분위기 좋았다. 산책도 하고 격의 없이 대화 나눈 것으로 안다.”(대통령실 관계자) “20분 세워두고, 초라한 상차림까지 예상을 뛰어넘은 홀대였다.”(국민의힘 관계자)
우여곡절 끝에 성사된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21일 회동 후 대통령실과 여당에선 상반된 반응이 나왔다. 지난달 24일 여당 지도부와 대통령 만찬 후 대통령실에서 “화기애애했다”고 전한 반면 당에선 “한 대표가 말할 기회도 없었다”며 전혀 다른 분위기를 전했던 것의 데자뷔 상황이다. 당시 대통령실이 이같은 극심한 온도차에 대해 불쾌감 섞인 침묵으로 대응했다면 이번에는 적극적인 대처에 나섰다. 여당 대표 홀대에 대한 비판 여론도 부담스러운 데다 자칫하면 윤 대통령의 불통 이미지가 더 강화될 수 있어서다.
22일 대통령실은 전날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만남에 대해 ‘차분하고 원만하게 진행된 만남’으로 평가하며 윤 대통령의 한 대표의 요구 사항을 경청했음을 강조했다.
대통령실 관계자에 따르면 한 대표는 회동에서 대통령실 내 소위 ‘김건희 여사 라인’에 대한 인적쇄신 요구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은 “한 대표도 나를 잘 알지 않느냐. 문제 있는 사람은 반드시 정리를 했던 사람”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윤 대통령은 “인적 쇄신은 내가 해야 되는 일”이라며 “대통령실에 어떤 직위의 누가, 어떤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한 대표가 아는 대로 그 내용을 비서실장이나 정무수석에게 전달해 달라”며 “그러면 내가 그걸 보고 필요한 조치를 판단하겠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여사의 대외 활동 자제 요구에 대해서도 윤 대통령은 “이미 집사람이 많이 힘들어한다. 꼭 필요한 공식 의전 행사 말고는 많이 자제하고 있다”면서 “전직 영부인 관례에 근거해 줄였는데 그것도 과하다고 하니 더 자제하려고 한다”고도 화답했다고 한다.
이어 한 대표가 김 여사를 둘러싼 의혹에 대한 진상 규명 협조 필요성을 언급한 데 대해선 “일부 의혹은 검찰 조사 진행중이고, 의혹이 있으면 막연하게 이야기하지 말고 구체화해서 가져와달라”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표가 야당이 추진중인 김건희 여사 특검법과 관련해 추가 이탈표 관련한 걱정을 전하자 윤 대통령은 위헌적인 특검법에 대해 여당 의원들이 브레이크를 건 것은 고맙고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감사를 표했다고 한다. 다만 “그러나 어느 시점에서 우리당 의원들 생각이 바뀌어서 야당 의원들과 같은 입장을 취하는 결과가 온다면, 그건 나로서도 어쩔 도리가 없지 않겠느냐”고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한 대표가 요구한 특별감찰관 문제에 대해선 윤 대통령은 “여야가 합의해야 될 문제”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대통령실은 이번 회동에 대한 입장을 내지 않으려는 입장이었다. 이유에 대해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과 여당 대표 간 회동은 비공개되는 게 원칙적으로 맞지 않냐”고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한 대표의 건의 사항을 모두 거부한 것은 물론 한 대표에 대한 의전도 소홀하게 했다는 비판적인 내용이 쏟아지자 적극 대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날 친한동훈계 인사로 분류되는 김종혁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전날 회동 의전에 대해 “대통령이 늦게 오셨는데 한 대표를 그냥 밖에 세워놨다고 한다. 대통령실에서 배포한 사진을 보면 선생님이 학생 놓고 훈시하는 모습 그런 느낌을 줬다. (같이 산책한) 분들 보면 김 여사 라인이라고 책임져야 한다고 한 비서관도 있었다”면서 “너무 심하더라”고 말했다. 이어 “김 여사 문제 매듭짓고 해결하고 반등의 계기 만들자는 충정에서 독대 제안한 건데 이런 식으로 할 거면 왜 하자고 한 건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