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참사가 얼마나 사회에 큰 아픔 남기는지 전달되길”

2024-10-23 13:00:04 게재

‘참사는 골목에 머물지 않는다’ 출간 간담회

이태원 참사 유가족 “권한 만큼 책임 다해야”

“이태원 참사가 가져오는 아픔과 고통이 어떻게 나타나는지 이 책을 통해 느낄 수 있습니다. 불의의 대형 참사가 얼마나 사회에 큰 아픔을 남기는지 책을 통해 전달됐으면 좋겠습니다.”

22일 서울 중구 ‘이태원 참사 기억소통공간 별들의 집’에서 열린 ‘참사는 골목에 머물지 않는다’(창비) 출간 기자 간담회에서 이정민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바람을 밝혔다.

22일 서울 중구 ‘이태원 참사 기억소통공간 별들의 집’에서 ‘참사는 골목에 머물지 않는다’ 출간 기자 간담회가 열렸다. 사진 창비 제공

‘참사는 골목에 머물지 않는다’는 이태원 참사로 자녀와 조카를 떠나보낸 가족들의 이야기를 담은 기록집이다. 참사 1주기 때 청년 피해자에 집중해 펴낸 ‘우리 지금 이태원이야’에 이어 참사 2주기를 앞두고 출간됐다. 참사를 애도하고 기억하고자 하는 뜻으로 작가와 활동가들이 결성한 10.29 이태원 참사 작가기록단이 25명의 유가족을 직접 만나 인터뷰했다.

1부에서는 날것의 유가족 이야기를, 2부에서는 유가족 및 피해자들의 정의 및 확장 가능성에 대해, 3부에서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 해결의 중요성을 다룬다. 이날 간담회에는 인터뷰 구술자로 참여한 이 위원장과 유가족, 인터뷰 및 집필에 참여한 작가 및 활동가들이 함께했다.

159번째 희생자로 참사 이후 43일을 버티다 세상을 등진 이재현씨의 어머니 송해진씨는 “참사 당시에는 살아서 왔던 재현이를 이해하고자 했지만 할 수 없었다”면서 “이후 그 아이의 심정을 느낄 수 있는 것 같은데 정말 세상에 혼자 떨어져 있고 일상을 살아가는 이유를 찾기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어 “누구나 참사를 기억한다는 것은 쉽지 않지만 지금을 살아내야 하고 앞으로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기억을 해야 한다”면서 “여러 방식으로 이야기를 하고 싶어 참여하게 됐고 이야기를 함으로써 생각과 기억의 폭이 더욱 확장되는 것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희생자 김산하씨의 어머니 신지현씨는 “요즘 지인들의 청첩장을 받는데 우리 딸의 결혼식을 볼 수 없다는 것, 재잘거리고 때론 퉁명스럽기도 했고 너무 행복해했던 목소리를 들을 수 없다는 것이 너무 가슴 아프고 너무 많이 울었다”면서 “누군가 나서서 말하지 않으면 정부가 묻으려 하고 축소시키려 하는 상황에서 피해자가 있고 그 피해자가 억울하다고 외치고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의 잘못과 무책임으로 현대 사회에서 의도하지 않은 학살이 벌어졌는데 정부가 가진 권한만큼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책에는 해외 희생자 유가족들의 목소리도 담겼다. 집필진으로 참여한 정인식 작가는 “국내 유가족들이 정부 차원에서 서로 연락이 돼 만난 게 아니듯 해외 유가족들도 정부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연락망을 만들어준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연락이 닿는 것 자체가 굉장히 어려웠다”면서 “피해자 유가족들은 아무런 지지나 정보 없이 굉장히 고립돼 있고 우울감을 느끼고 있어 좀 더 연락이 닿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가족들은 2주기와 책 출간을 맞아 다양한 활동들을 계획하고 있다. 전국을 순회하는 북토크와 함께 시민추모대회가 열린다.

이 위원장은 “10월 한달 동안 많은 행사를 진행해왔는데 그 이유는 유가족들이 2년 전 참사가 벌어졌던 10월을 버티기 위해서다”면서 “26일 서울광장에서 시민추모대회를, 29일 국회에서 추모제를, 25일 이대역 인근 카페에서 우리 사회를 힘겹게 살아가는 청년들을 위한 행사를 열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감과 연대가 얼마나 큰 힘인지 느낀다”면서 “유가족들이 숨지 않고 이 싸움을 계속 할 수 있도록 시민들이 힘을 보내주길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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