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수지 안전진단 기후변화 반영 못해
‘이상없다’ 판정 후 사고 계속 … 임미애 의원, 최근 5년 사고분석
현행 저수지 안전진단 기법으로는 기후변화로 인한 집중강우 때 저수지 제방의 위험성 징후를 놓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23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임미애 의원(더불어민주당·비례대표)실에 따르면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5년간 전국 1164개소 저수지 정밀안전진단 수행 결과 B등급(123개소)과 C등급(989개소)을 받은 곳에서 2000년 이후 12건의 저수지 붕괴사고가 발생했다. 의원실은 농어촌공사에서 제출받는 자료를 분석했다.
저수지 안전진단 등급은 A~E까지 5개 등급으로 판정한다. A는 문제가 없는 최상의 상태, B는 보조부재에 경미한 결함이 발생했지만 기능발휘에 지장이 없고 내구성 증진을 위해 일부 보수가 필요한 상태, C는 주요부재에 경미한 결함 또는 보조부재에 광범위한 결함이 발생했지만 전체적인 시설물 안전에는 지장이 없고 주요부재에 보수가 필요하거나 보조부재에 간단한 보강이 필요한 상태다.
D는 사용제한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상태, E는 즉각 사용을 금지하고 보강 또는 개축을 해야 한다.
안전진단 결과 A등급 저수지는 1개소에 불과했고, D등급은 51개로 나타났다.
D등급은 전남 16개소, 경북 15개소, 전북 10개소 순이었다. C등급도 전남이 255개소로 가장 많고 경북 161개소, 충남 117개소 순이다. 정밀안전진단은 30만톤 이상 저수지는 5년 이내에 1회, 5만~30만톤 저수지는 10년 이내에 1회 실시한다. 육안관찰로 실시하는 정기점검은 분기별로 실시한다.
2000년 이후 저수지 붕괴사고 25건 중 정밀안전진단을 실시하지 않은 저수지는 10개소에 달했다. 정밀안전진단을 실시한 15개소 저수지 중 불량에 해당하는 D등급의 저수지는 3개소, 보통에 해당하는 C등급 저수지는 11개소다. ‘양호’에 해당하는 B등급 저수지 1개소에서도 붕괴사고가 발생했다.
의원실에 따르면 농어촌공사도 현행 안전진단 기법의 한계점을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022년 한국농공학회가 농어촌공사에 제출한 ‘저수지 제방 콘관입저항값 조사 및 지반정수 상관관계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안전진단 수행방식인 육안 관찰과 정기정밀검사는 이상기후로 인한 집중강우시 저수지 제방의 위험성 징후를 놓칠 수가 있다.
농어촌공사는 현장에서 신속하고 간편하게 제방의 물리적 상태를 평가해 안전진단을 수행할 수 있는 기법을 개발하기 위해 ‘콘관입 시험기’를 활용한 기법 개발에 착수했지만 현재까지 상용화되지 못했다.
임 의원은 “과거 설계기준과 안전진단 기법은 최근의 이상기후 현상을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에 기후위기 시대에 대응할 수 있는 안전진단기법과 저수지 축조 및 보강 공법을 시급히 개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연근·이명환 기자 yg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