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돌 맞겠다” 했지만 속내는 ‘여당, 설마 등 돌리겠나’

2024-10-23 13:00:08 게재

인적 쇄신 등 요구에 “구체적으로 알려달라” 김 여사 해법 외면

친한계 “대통령 결단 필요해” … 용산, 추경호 원내대표에 힘싣기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회동의 파장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조도 낮은 방에 초라한 테이블, 뭔가 마땅치 않은 표정의 대통령 등 회동 사진이 준 강렬한 인상 탓에 가십성 화제가 부각됐지만 사실 정말 중요한 문제는 ‘김건희 여사 해법’이 또한번 뭉개지고 지연됐다는 점이다. 이번 회동의 성과가 사실상 윤 대통령이 김 여사와 관련해 어떤 결단을 내리느냐에 달려 있었지만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 부산 초량시장 방문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부산역 인근 전통시장인 초량시장을 방문해 시장을 찾은 시민과 상인들에게 격려의 말을 전하고 있다. 연합뉴스

회동 다음 날인 22일 윤 대통령과 한 대표는 ‘마이웨이’ 행보를 보였다. 윤 대통령은 부산 금정구의 범어사를 방문해 “여러 힘든 상황이 있지만 업보로 생각하고 나라와 국민을 위해 좌고우면하지 않고 일하겠다”며 “돌을 던져도 맞고 가겠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인천 강화에서 “오직 국민만 보고 민심을 따라서 피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두 사람 다 국민 또는 민심을 이야기했지만 방향은 전혀 다르다. 두 사람 간 ‘접점 제로’의 핵심에는 김 여사 문제가 있다.

한 대표는 현재의 여권에 대한 낮은 지지율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김 여사 관련 선제적 해법이 필요하다고 본다.

친한계 의원들과 만찬 마친 한동훈 대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국민의힘 의원들과 만찬 회동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윤 대통령의 답변은 “막연하게 이야기하지 말고 구체화해서 가져와 달라”였다. 한 대표의 다른 요구사항(김 여사 라인 인적쇄신, 김 여사 활동 중단)에 대해서도 윤 대통령은 각각 “문제가 있는 사람들을 알려달라” “더 자제하려고 한다”고 답했다.

친한계에선 윤 대통령의 이같은 답변이 결국 ‘거부’라고 본다. 한 대표가 이미 회동 당일 김 여사 라인으로 거론되는 8명을 실명 거론한 데다 김 여사의 활동 자제가 아닌 중단 선언을 요청했는데 대통령이 사실상 딴소리를 했다는 것이다.

대통령실이 김 여사 해법 관련 결단을 외면한 데 대해 친한계는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한다. 친한계 핵심인사는 전날 내일신문과 통화에서 “회동에 대한 기대치가 원래도 높지 않았지만 그래도 김 여사 관련해선 뭔가 접점이 생기지 않겠냐 싶었는데 인식 자체가 전혀 다르다는 게 확인됐다”고 말했다.

김종혁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23일 YTN라디오 인터뷰에서 “윤석열정부가 출범한 이후 2년 반 동안 김건희 여사 문제가 거의 블랙홀처럼 다른 모든 이슈를 빨아들였다. 당의 입장에서는 김건희 여사 부분에 대한 정리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앞으로 2년 반도 비슷한 상황이 계속될 것이다라는 위기감과 절박감이 있다”면서 “대통령의 결단이 있기 바란다”고 재차 강조했다.

어떤 형태로든 대통령의 적극적 결단이 필요하다는 것은 꼭 친한계가 아니더라도 당내에선 계속 나오는 우려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SBS라디오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업보라고 하셨는데 대통령 앞에 벌어지는 많은 일은 숙명적으로 참고 넘어갈 일이 아니고 적극적으로 해결해야 할 일”이라면서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국가원수이자 국가 상징이고 국민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국정의 최고 책임자인데 돌을 맞고 가겠다 이렇게 말씀하시면 안 된다. 헤치고 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렇게 김 여사 해법의 필요성이 절박하게 제기되는데도 대통령실이 ‘철벽’을 치는 이유로는 여러 가지가 거론된다. 일단 닥쳐올 김건희 특검법과 관련해선 추경호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헤쳐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깔려 있다.

중립 성향의 한 초선 의원은 “윤 대통령이 한 대표와 회동 후 참모들과 저녁식사하는 자리에 추 대표를 부른 이유가 뭐겠냐”면서 “한 대표보다는 추 원내대표를 믿는다 이런 뜻 아니겠냐”고 말했다. 발등에 떨어진 불인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선 추 원내대표 중심으로 여당의 단일대오 노선을 지속하면 된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해석이다.

대통령실에서 한 대표의 당내 입지가 그다지 굳건하지 않다고 보는 것도 최근 행보의 이유라는 해석도 나온다. 친한계 의원이 20명 남짓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한 대표의 리더십 한계가 명확하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정치권 시선은 김 여사 특검법 정국으로 옮겨질 전망이다.

민주당이 세번째로 발의한 김 여사 특검법에 대해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재표결 정국이 또 한번 올 것으로 보인다.

두번째 특검법 재표결시 여당에선 4명이 이탈했다. 세번째 특검법에 대해선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를 놓고 윤 대통령과 한 대표 간의 전운이 감돌 수 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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