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전 논란에서 예고됐던 윤-한 ‘빈손 면담’
대통령실, 대표 비서실장 배석 요청에 “동급 아니야”
친한, 사각테이블에 “모욕적” … “25분 서서 기다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빈손 면담’ 후폭풍이 거센 가운데 면담 과정에서 불거진 의전 논란이 면담 실패를 예고했다는 관측이다. 대통령실과 여당은 서로 “의전이 부적절했다”고 비난했다. 면담 내용에 앞서 형식인 의전에서부터 면담 실패가 예견됐다는 것이다. 의전은 공식행사나 의식을 할 때 지켜야 하는 서열과 행동규칙 따위를 뜻한다.
23일 대통령실과 여당은 서로를 향해 의전 불만을 토로했다. 대통령실은 면담에 앞서 여당측에서 박정하 대표 비서실장 배석을 요청한 걸 여전히 마음에 둔 모습이다.
대통령실은 여당에서 윤-한 단독면담을 요청하자,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 배석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에 여당에서 “그러면 박정하 비서실장도 배석시키자”고 요청했고, 대통령실은 거부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22일 “대통령과 여당 대표는 동급이 아니다. 한 대표쪽이 착각하고 있다. 그렇게 착각하니 면담에서도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하는 것 아니냐”며 불쾌감을 내비쳤다.
여당 쪽에서도 대통령실을 향한 섭섭함을 쏟아냈다. 대통령실의 테이블과 좌석 배치가 불만이었다.
여당 핵심관계자는 22일 “우리는 당초 원형 테이블을 요청했는데 대통령실에서 굳이 직사각형 테이블을 놨더라. 더욱이 배석자인 정 비서실장을 대표 옆에 앉혀서 대통령과 마주 앉게 했다. 대표를 대통령 아랫사람으로 보이게 하려는 의도 아니겠냐. 모욕적이었다”고 지적했다.
친한 김종혁 최고위원은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나와 “교장선생님이 학생들을 놓고 훈시하는 듯 한 그런 느낌을 줬다”고 지적했다.
여당에서는 윤 대통령이 면담장에 25분 늦게 오는 바람에 한 대표가 회담장 밖에 서서 기다린 점도 불만이었다. 김 최고위원은 “대통령이 25분 정도 늦게 왔는데 대표를 안에 앉아서 기다리게 한 게 아니라 밖에서 서 있게 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의전 논란에 반박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연합뉴스를 통해 “어느 여당 대표가 대통령과 만나며 테이블이나 자리를 이렇게 저렇게 해달라 요구한 적이 있었는가. 정부 수립 이후 처음 본다”고 주장했다.
여권에서는 대통령실과 여당 사이에 의전 시비가 붙은 걸 놓고 “지금이 서열 싸움할 때냐. 태풍이 몰려오는데, 다들 한가한 논쟁을 벌이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