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두천 성병관리소 갈등 ‘관제데모’ 의혹 제기
공대위 ‘시 개입의혹’ 수사의뢰
시 관계자 “시민들 자발적 집회”
옛 성병관리소 건물을 철거하려는 동두천시와 이를 반대하는 시민사회단체 간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철거를 지지하는 시민단체가 시위를 벌이자, 철거 반대측이 동두천시가 ‘관제데모’를 주도했다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23일 ‘동두천 옛 성병관리소 철거저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에 따르면 공대위는 지난 21일 동두천경찰서에 동두천시 공무원의 중립유지 의무 위반과 직권남용 등 혐의에 대해 수사를 의뢰했다.
공대위는 22일 보도자료를 내고 “시장과 간담회를 앞둔 21일 성병관리소 철거를 주장하는 단체가 개최하려는 대규모 집회에 동두천시의 공무원들이 집회 참석을 독려하는 행태를 보인 것을 발견했다”며 “공무원의 중립유지 의무 위반, 직권남용 등 혐의에 대해 엄정한 수사를 요구하는 수사요청서를 경찰에 냈다”고 밝혔다.
공대위가 공개한 문자메시지를 보면 동두천시 한 행정복지센터에서 근무하는 공무원은 “성병관리소 철거를 저지하는 단체 시위에 대항하기 위해 22일 14:30 소요산에 방문 예정”이라며 “참석 가능한 분들은 말씀해달라”고 했다.
철거 찬성 단체가 회원들을 상대로 보낸 ‘성병관리소 철거시위 대항 방문자 명단파악’이라는 제목의 메시지에는 “동장님 차담회 회의내용 일부를 전달드린다”며 “성병관리소 철거를 저지하는 단체 시위에 대항하기 위해 소요산에 방문 예정이라고 한다. 동별로 명단 제출이 긴급하게 필요하니 담당 단체별 공지 및 참석명단 파악해 회신 부탁드린다”는 내용이 담겼다. “최대한 많은 참석이 필요하오니 독려 부탁드린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공대위는 또 “시가 직접 나서서 시민들의 갈등을 조장하고 시민을 선동하는 행위는 과거 시대의 유물이며 낡은 관행”이라며 “박형덕 시장은 시의 행정력을 동원한 관제데모 집회를 즉각 중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동두천시 관계자는 “시가 주도한 것이 아니라 시민단체에서 자발적으로 실시한 집회였다”면서 “문자 메시지는 해당 공무원이 시민단체 행사를 착각해 보낸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동두천 옛 성병관리소는 정부가 미군 상대 성매매 종사자들의 성병 관리를 위해 설치한 시설로 1973년부터 운영됐다가 1996년 폐쇄됐다. 이곳에선 ‘미군 위안부’를 상대로 성병 검사를 해 보균자 진단을 받은 해당 여성을 완치 때까지 수용했다. 이른바 ‘낙검자 수용시설’은 열악한 수용환경과 여성들이 철창 안에 갇힌 원숭이 같다고 해서 ‘몽키 하우스’라고 불렸다. 부지면적 6766㎡에 2층짜리 건물로 지어진 이 시설은 방 7개에 140명을 수용할 수 있었다.
동두천시는 소요산 관광지 사업을 추진하며 지난해 2월 이 성병관리소 건물과 부지를 매입, 철거를 추진하고 있다.
소요산 관광지 인근 상인과 주민들은 지역경제 활성화 기대로 철거를 반기는 반면, 공대위는 사실상 국가가 성매매를 조장한 역사의 흔적을 보존해야 한다며 천막 농성, 1인 시위 등을 벌이고 있다.
한편 ‘성병관리소 철거 추진 시민공동대책위원회’는 22일 오후 동두천 소요산 주차장에서 철거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집회에는 성병관리소 철거 추진 시민공동대책위원회, 동두천 범시민 대책위원회 등 단체 회원들과 시민 400여명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