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위의 ‘관행’…‘자료요청·증인출석 거부’ 일상화 논란
검찰·감사원 등 ‘여야 합의’ ‘관행’ 거론, 자료제출 거부
여당의 정부 방어 관행, 입법부 견제 장치 약화시켜
대통령실, 국회 동행명령권 행사에 강력 비난 쏟아내
정청래·김영호 위원장 “이젠 안된다, 법대로, 끝까지”
국회 국정감사뿐만 아니라 청문회 등 국회의 행정부 감시를 위한 회의에서 자료제출, 증인 출석을 놓고 여-야간, 야당-피감기관간 논쟁이 격해지고 있다. 검찰, 감사원 등 ‘힘 있는’ 피감기관들은 여야 합의나 관행을 근거로 자료제출을 거부하고 있다. 이에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상임위원장과 야당 의원들은 ‘법’이 ‘관행’과 각 부처의 ‘규정’에 앞선다는 점을 강조하며 국회법과 국회 증언과 감정에 관한 법률(증감법) 준수를 강도높게 요구했다.
행정부의 입법부 국감 방해 논란은 정부 편에 선 여당이 피감기관에 대한 자료제출을 차단하거나 두둔하던 관행이 만든 ‘부작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 국정감사때는 강도높게 비판하고 징계 가능성을 열어놨다가 끝난 후에는 ‘유야무야’되던 관행 역시 법위반 사례를 방치하게 된 이유로 지목된다.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위원들은 전날 김건희 여사에게 동행명령장을 송달하기 위해 대통령 관저 진입을 시도한 국회 법사위 소속 장경태 이건태 이성윤 위원을 경찰이 바리케이드로 막아선 것을 두고 “대통령실 경호처 직원도 아니고, 국민을 지켜야 할 경찰이 왜 정당한 동행명령장 집행을 막아선 것이냐”고 따졌다. 국감 증인으로 채택된 김건희 여사의 불출석에 대해 국회 의결로 동행명령장을 전달하려는 것을 경호처가 아닌 경찰이 막아선 것을 두고 지적한 것이다. 이들은 “그동안 국회 법사위는 법에 따라 국정감사, 청문회 과정에서 정당한 사유 없이 불출석한 자들에 대해 고발조치를 해왔다”며 “대통령 배우자라고 해서 예외가 될 순 없다”고 했다.
증감법 제13조 제2항은 ‘증인이 동행명령을 거부하거나 고의로 동행명령장의 수령을 회피한 때, 제3자로 하여금 동행명령장의 집행을 방해하도록 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실은 “민주당이 헌정 사상 처음으로 대통령 부인에게 동행명령을 독단적으로 처리한 것은 의회 일당 독재의 민낯을 또다시 보여주는 행태”라며 “대통령 부인을 망신주고, 국감을 진흙탕에 몰아넣기 위한 구태 정치쇼의 전형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오직 중대범죄 혐의로 1심 판결을 눈앞에 둔 당 대표 방탄을 위해 검사 탄핵, 사법부 겁박도 모자라 특검, 동행명령까지 남발하는 민주당의 저열하고 폭력적인 정치 행태에 강력히 유감을 표한다”고도 했다.
자료제출을 놓고 국감 회의장에서 큰 소리가 오가기도 했다. 법사위와 교육위가 주목을 받았다.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지난 15일 최재해 감사원장에게 대통령실 관저 공사 수의계약 관련 논란, 감사위원회 회의록 자료를 강하게 요구하면서 “‘국회증언감정법’ 제2조 국회로부터 자료제출 요구를 받은 때에는 다른 법률에도 불구하고 누구나 이에 따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했다. 최 원장은 “감사보고서는 공개하고 있지만 회의록은 비밀이라든지 대외적으로 공개하기 어렵다고 의결한 것을 제외하고는 다 공개하고 있다”고 답했지만 정 위원장은 “감사원은 감사위원회 운영규칙, 운영 등에 관한 규칙 제16조 등을 이유로 제출하지 않고 있다”면서 “국회로부터 공무원 또는 공무원이었던 사람이 증언의 요구를 받거나 국가기관이 서류 등의 제출을 요구받은 때에는 직무상 비밀에 속한다는 이유로 증인이나 서류 등의 제출을 거부할 수 없다”고 했다. 최 원장이 “자료제출(회의록)은 여태껏 한 번도 제출한 적이 없다”, “그때는 여야 합의 하에 했다” 등을 언급하자 정 위원장은 “국회 증언감정법 어디에도 여야가 합의된 경우만 제출하라는 말은 없다”고 했다. 그러고는 “자료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검증실시통보서를 발부해 감사원에 직접 가서 현장검증을 실시할 수 있으며 오는 24일 교도소 현장시찰 이후 오후에 감사원에서 2차 국감을 하겠다”고 했다.
대검찰청에 대해서도 자료제출 미비 등을 이유로 오는 25일 종합감사때 추가 국감을 실시하는 등 압박 강도를 높여놨다.
국회 교육위원회 위원장인 민주당 소속 김영호 의원은 “국회법에 따르면 국가 안위에 따른 것이 아니면 무조건 자료를 제출해야 하고 제출하지 않으면 모든 법적인 조치를 동원하겠다”며 “선배 국회의원들은 국감 끝나면 자료제출이나 증인 불참에 대해 관대한 처분을 했던 게 사실이다. 행정부를 감시하려면 자료요청권을 강화해서 공직자들이 국회를 두려워하면서 의식하면서 행정을 해야 입법부와 행정부의 적절한 견제와 감시를 할 수 있다. 자료 요청에 거부하는 자는 반드시 그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전 국회 사무처 고위관계자는 “국회법이 다른 법에 우위에 있고 각 피감기관에서는 개인정보법 등을 이유로 자료제출 등을 거부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정리가 필요해 보인다”면서 “법 규정상으로는 현재 피감기관들의 자료제출은 문제가 있어 논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