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한, ‘특별감찰관’ 놓고 재충돌…다음은 ‘김 여사 특검법’
한 대표 “특별감찰관 추천·임명 진행” “대표가 당무 통할”
친윤-친한, 이르면 내주 의총서 ‘특감’ 놓고 ‘세대결’ 예고
친한 “윤 대통령 계속 버티면 특검법 이탈표 증가 가능성”
친한 일각에선 최후 수단 ‘여당발 김 여사 특검법’ 만지작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빈손 면담’ 논란이 불거진 뒤 한 대표가 ‘특별감찰관 카드’를 재차 던졌다. 윤 대통령이 비공개 면담에서 한 대표 요구를 거부하자, 이번에는 한 대표가 공개적으로 특별감찰관 임명을 제기한 것. 친한은 “윤 대통령이 이마저 거부하면 ‘김 여사 특검법’ 재투표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며 압박 수위를 높였지만, 대통령실과 친윤은 반대 기류가 강하다. 친한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이 내달까지 쇄신을 계속 거부한다면 최후수단으로 ‘제3자 추천 김 여사 특검법 카드’를 꺼낼 수밖에 없다는 고민을 내비친다.
◆내주 특별감찰관 의총 예고 = 한 대표는 24일 최고위원회에서 “특별감찰관의 실질적인 추천과 임명 절차를 진행하겠다”며 전날에 이어 특별감찰관 추진 의지를 재확인했다. 한 대표는 전날 “특별감찰관 추천에서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이 전제 조건이라는 것은 지금 상황에서 국민 공감을 받기 어렵다”고 말했다. 대통령 부인과 친·인척 등을 감찰하는 특별감찰관은 국회에서 후보 3명을 추천하면 대통령이 임명한다. 문재인정부 이후 8년째 공석이다. 한 대표는 지난 21일 면담에서 특별감찰관 임명을 제안했지만 윤 대통령은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과 연계시키며 사실상 거부했다.
한 대표가 이날 특별감찰관 추천을 꺼낸 건 김 여사와 관련된 3대 요구안(△대외활동 중단 △대통령실 인적쇄신 △의혹 규명 절차 협조)은 당에서 ‘강제’할 방법이 없지만, 특별감찰관은 당이 주도할 수 있는 사안이라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읽힌다. 특별감찰관이라도 내놔야 내달 예상되는 ‘김 여사 특검법’ 재투표에서 이탈표를 막을 명분이 생긴다는 고민도 엿보인다.
하지만 대통령실과 친윤은 ‘윤심’을 좇아 특별감찰관에 부정적이다. 친윤 추경호 원내대표는 “특별감찰관 추천은 원내 사안” “많은 의원의 의견을 듣고 최종적으로는 의총을 통해서 결정해야 할 부분”이라며 원외인 한 대표를 견제했다.
한 대표는 추 원내대표를 발언을 겨냥해 24일 “참고로 당 대표 임무 관련 오해가 없도록 한 말씀 드린다”며 “당 대표가 법적·대외적으로 당을 대표하고 당무를 통할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원내든 원외든 총괄하는 임무를 당 대표가 수행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친한 의원들도 거들었다. 23일 오후 친한 의원들은 의원 단톡방에 의총 개최를 요구하는 글을 올렸다. 친한 의원은 24일 “이번 주 국감을 마치고 이르면 내주에는 의총을 열어 (특별감찰관 문제를) 논의하지 않겠냐”며 “세대결 양상이 빚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추 원내대표는 24일 오전 의원 단톡방에 “국감을 다 마치고 의원님들 의견을 듣는 의총을 개최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의심하길래 내 투표지 촬영” = 친한에서는 한 대표가 고심 끝에 꺼낸 특별감찰관조차도 관철이 안 된다면 내달 예고된 ‘김 여사 특검법’ 재투표를 막을 명분이 없다는 고민이다. 친한 의원은 “민주당이 발의한 ‘김 여사 특검법’은 독소조항이 많아 반드시 막아야 한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쇄신을 끝까지 거부한다면 이탈하는 의원들이 생길 수밖에 없다. 지난번 4표보다 많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한 대표는 민주당발 ‘김 여사 특검법’에는 반대 입장이 확고하다. 친윤에서는 친한이 재투표 이탈표를 앞세워 윤 대통령을 ‘압박’한다고 하지만, 친한에서는 “친윤이 오해하고 있다. 민주당발 특검법은 우리도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친한 의원은 “친윤에서 자꾸 의심하길래 지난번 재투표 때는 (반대를 기표한) 내 투표지를 촬영까지 해놨다. 친한은 민주당발 특검법에는 확실히 반대하지만, (윤 대통령이) 지금까지처럼 쇄신을 거부하면 중도성향 의원 사이에서 이탈표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여론 최악으로 흐르면…” = 친한 일각에서는 우여곡절 끝에 민주당발 ‘김 여사 특검법’을 무산시킨다고 해도, 윤 대통령이 내달 이재명 민주당 대표 1심 선고가 나올 때까지 쇄신을 모르쇠 한다면 최후의 수단으로 국민의힘발 ‘김 여사 특검법’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는 기류가 감지된다. 윤 대통령이 김 여사와 관련된 쇄신안을 전부 거부하는 상황에서, 분노한 민심을 다독이기 위해선 특검 카드를 꺼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만 여권 내부에서 특검 카드를 꺼내면 ‘배신자 논쟁’이 불붙을 수 있기 때문에 친한에서도 특검 카드는 ‘최후의 순간’에나 고민할 수 있다며 조심스러워하는 표정이다. 친한 당직자는 23일 “특검은 일단 시작하면 결과를 제어하거나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리로서도 정말 마지막 순간에나 꺼내야 하는 카드인 게 맞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김 여사 문제를 모르쇠로 버티면서 여론이 최악의 상황으로 흐른다면, 우리도 여론에 떠밀려 특검을 고민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