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견제구? 눈길 끈 윤 대통령-홍준표 시장 회동
비공개 일정 이례적 공개 … 김태흠 충남지사도 ‘견제 전선’ 합류
홍 시장 “지역 현안 보고하고 논의해 … 당 지도부, 신중 처신해야”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갈등이 격화되면서 여권 내 세력 전선이 분명해지고 있다. 윤 대통령은 ‘우군’으로 분류되는 홍준표 대구시장과 23일 비공개 면담을 가졌다. 일각에선 윤 대통령이 자신에게 우호적인 세력과 연합해 한 대표 고립 작전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전날 윤 대통령과 회동한 홍 시장은 24일 페이스북 글에서 다시 한번 한 대표를 저격했다.
홍 시장은 “당 지도부 일각은 지금이 비상시기라는 걸 깊이 자각하시고 신중한 처신을 하시기 바란다”면서 “촐랑대는 가벼움으로 나라 운영하는 건 아니라는 걸 아셔야 나라가 안정된다”고 주장했다.
다만 전날 윤 대통령과 회동이 한 대표를 견제하는 ‘연합 전선’ 구축 등 정치적으로 해석되는 데 대해선 선을 그었다. 홍 시장은 “정치적인 해석이 분분하지만 어제 용산 대통령실 회동은 3주전에 잡힌 지역 현안을 보고하고 논의하는 자리”라며 “대구경북(TK) 백년 현안들을 해결하는 데 우리는 정부 지원이 절실하고 어제 면담 자리에서 대통령께서는 비서실장, 정책실장까지 불러서 적극 지원을 지시하셨다”고 썼다.
다만 “대통령과의 면담은 현안을 해결하는 생산적인 자리가 돼야지 가십이나 잡설을 쏱아내는 갈등 양산의 자리가 되어선 안된다”고 덧붙여서 재차 한 대표에게 화살을 돌렸다. 지난 21일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면담을 가진 후 화해나 현안 해결보다는 갈등 고조 국면으로 치달은 데 대한 비판으로 해석된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과 홍 시장의 만남에 대해 “오래 전에 잡힌 일정이다. 비공개로 정치인, 단체장을 만나는 일은 많다”면서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묘한 타이밍이라는 데 대해선 정치권의 이견이 없다. 홍 시장은 한 대표와 함께 여권의 대표적인 차기 대권주자인 데다 한 대표가 대표가 되기 전부터 쉼없이 비판 선두에 서 왔기 때문이다.
대통령과 면담 등 일정은 거의 비공개하는 데 반해 이번 면담에 대해 대구시에서 적극적으로 알린 점도 이례적이다. 대구시는 대통령과 면담 전날 낸 공식 보도자료에서 “23일 대통령 면담 시 TK지역민의 오랜 염원인 신공항을 조속히 개항하기 위해 공공자금관리기금 융자 지원을 건의할 계획”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홍 시장 외에도 국민의힘 소속 지자체장 중 김태흠 충남지사도 이미 한동훈 대표 비판 대열에 일찌감치 끼어들었다. 그 외에도 오세훈 서울시장과 윤 대통령의 회동 추진설 등도 대통령실에서 흘러나온다.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한 대표와 면담 당일에는 추경호 원내대표를 불렀고, 바로 다음엔 홍준표 시장을 불렀다”면서 “두 사람 다 대통령을 만난 후 한 대표를 비판하거나 제동을 거는 행보를 하고 있는 걸 보면 대통령실의 메시지는 확실한 거 아니냐”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한 전직 참모는 “윤 대통령과 한 대표 간의 기싸움 정국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큰 것 같다”면서 “결국 여론이 승패를 결정지을 텐데 그 전까지는 자기 세력을 어떻게든 더 키우고 보여주려고 하지 않겠냐”고 전망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