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배춧값 잡기 ‘올인’, 김장철 민심 악화 우려
중국산 수입으로 역부족
계약재배 등 대폭 확대
이상기온에 속수무책
정부가 배추 등 농산물 공급을 늘리기로 하면서 김장철 배추 가격이 안정될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올해 폭염에 가뭄이 겹치면서 고랭지 준고랭지 배추 작황이 부진한 탓에 배추 가격이 지난해 비해 1.7배까지 치솟았다. 정부가 나서 중국산 배추까지 수입했지만 여전히 높은 가격에 김장철이 위협받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3일 배추는 농협 계약재배 물량을 지난해보다 10% 늘어난 2만4000톤을 공급하고 정부가 1000톤 수준을 상시 비축해 시장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공급해 불균형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할 계획이라고 23일 밝혔다.
박순연 농식품부 유통소비정책관은 이날 ‘김장 재료 수급 안정 대책’ 브리핑에서 “이례적인 고온으로 김장 주재료인 배추와 무 수급에 차질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으나 농업인의 적극적 생육 관리와 정부 지원이 더해져 초기 생육 부진을 극복하고 작황이 호전되고 있다”고 밝혔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배추 작황 부진으로 공급량이 감소하며 지난달 중순 도매가격은 포기당 9500원까지 치솟았으나 현재 5000원대로 떨어졌다. 농식품부는 도매가격 하락분이 소매가격에 반영돼 다음주께 소비자가 배추 가격 하락을 체감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장 부재료인 양파 대파 생강 배 등은 생산량이 증가해 공급망이 확충됐다. 소매가격을 보면 양파는 ㎏당 2087원으로 1년 전보다 11.2% 내렸고 대파는 1㎏에 3430원으로 14.3% 떨어졌다. 생강은 1㎏에 1만2944원으로 6.7% 내렸다. 고춧가루는 ㎏당 3만4582원으로 1년 전과 유사한 수준이다.
이밖에 천일염과 새우젓, 멸치액젓 등 수산물 소비자가격도 1년 전보다 낮다. 천일염은 5㎏에 1만1170원으로 20.7% 내렸다. 새우젓과 멸치액젓은 ㎏당 각각 1만5207원, 5368원으로 1년 전보다 8.7%, 6.2% 내렸다.
마늘은 1㎏에 1만444원으로 1년 전보다 6.0% 올랐지만 수입량이 늘어나 공급이 안정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농식품부는 계약재배 물량인 배추 2만4000톤과 무 9100톤을 김장 성수기에 공급하고 배추 비축 물량을 1000톤 수준으로 유지해 기상 악화 등으로 가격이 치솟는 날에는 이를 시장에 방출한다는 방침이다. 농식품부는 다음달 상순 배추 도매가격은 포기당 4000원대, 중순에는 3000원대로 각각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정부의 공급망 확충에 시장가격이 안정될지는 의문이다. 정부가 배춧값 잡기에 나섰지만 여전히 소비자가격이 전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중국산 배추 수입으로 시장가격을 조정하려는 시도는 실패한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겨울이 빨리 오고 더 춥다는 예측에 따라 배추 냉해 등 또 다른 재해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어 김장철 배추가격이 안정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올해 초 사과 중심으로 기후변화 대응책을 마련했는데 품목별로 살펴보려 한다”며 “재배 적지가 점차 북상하는데 신규 재배 적지를 찾고 스마트 기술을 적용하는 방안, 내재해성 품종 개발, 비축 역량 제고 등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