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 사칭 보이스피싱 ‘60대 이상 여성’ 노린다
경찰, 피해자 비율 8개월새 8%→23%
건당 피해액은 1년만에 2.3배로 증가
검찰청, 금융감독원 등 정부 기관을 사칭해 금전을 탈취하는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피해가 최근 60대 이상 여성에 집중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에 따르면 기관사칭형 보이스피싱 피해자를 연령대별로 구분했을 때 60대 비중은 지난해 1~9월 5%에서 올해 1~9월 16%로 증가했다.
반면 가장 피해가 큰 20대 이하 비중은 같은 기간 76%에서 54%로 줄었다. 60대는 30대(7→9%), 40대(3→5%), 50대(4→9%), 70대 이상(5→8%) 등 다른 연령대보다도 증가 폭이 컸다.
상대적으로 더 많은 재산을 보유한 60대 이상 고령층의 피해가 늘면서 기관사칭형 수법의 건당 피해액은 지난해 1~9월 1955만원에서 올해 같은 기간에 4426만원으로 2.3배 늘었다.
전체 기관사칭형 피해 건수 중 1억 원 이상의 다액 피해 건수도 지난해 같은 기간 281건에서 763건으로 2.7배 증가했다.
특히 60대 이상 여성 피해자 비율의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올해 1월 8%였던 비율은 9월에 23%까지 확대됐다.
국수본 관계자는 “은퇴로 인해 사회적 활동이 감소하면서 발생하는 정보 부족 때문으로 보인다”며 “또 다른 이유로는 고령화에 따라 심리적 압박에 더 민감해지는 경향을 꼽을 수 있는데, 범죄조직은 이 점을 이용해 선한 역과 악역으로 역할을 분담해 피해자를 심리적으로 압박하고 세뇌시킨다”고 분석했다.
실제 사례를 보면 선한 역을 맡은 금융감독원 과장 사칭범은 “자금을 보호해주겠다, 구속되지 않도록 신원보증서를 제출해주겠다.”라고 피해자를 위로한다.
반면 악역을 맡은 검사 사칭범은 “당신 때문에 피해자가 얼마나 많은지 아느냐, 당장 구속시키겠다”며 피해자를 협박한다.
기관사칭형 보이스피싱은 전화, 우편, 문자 등 최초 접근하는 방식이 조금씩 다를 수는 있어도 결국 검찰이나 경찰, 금감원 같은 정부 관계자로 소개하면서 ‘범죄에 연루됐으니 무혐의를 입증하려면 자산 검수에 협조하라’고 속이는 전형적인 특징을 지닌다.
피해자가 카드 배송원, 카드사 고객센터 상담원, 금감원 과장, 검찰청 검사라고 믿는 이들도 모두 다양한 배역을 맡은 범죄 조직원들일 뿐이다.
최근 경찰은 수사과정에서 투자리딩방 범죄조직이 새로운 시나리오를 준비하는 정황을 포착했다.
금감원 소비자보호과 차장으로 속여 투자손실을 입은 피해자들에게 메신저로 접근해 ‘경찰청장이 중국 경찰과 협력해 대규모 국제 보이스피싱 사건을 해결하고 범죄자금을 회수했는데 선생님의 투자 손실 피해가 확인됐다. 신원 증명과 구체적인 투자 정보를 제공하면 본인 여부를 확인한 후 사기 피해금을 모두 환불해주겠다’고 사기를 치는 식이다.
국수본 관계자는 “기관사칭형처럼 전형적인 수법은 범죄 시나리오나 최소한의 키워드라도 숙지해두면 피해를 막을 수 있다”며 “수사 과정에서 신·변종 수법이 확인되는 즉시 예·경보 메시지 등을 통해 알리므로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