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지검 ‘명태균 의혹’ 수사 착수
명씨·윤 대통령 부부 고발사건 공공수사2부 배당
창원지검 수사도 속도 … 김영선 전 보좌관 등 조사
창원지방검찰청이 김건희 여사의 ‘공천개입 의혹’을 수사하는 가운데 서울중앙지검이 관련 수사에 나서 주목된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조민우 부장검사)는 여론조사 조작 및 방조 혐의로 명태균씨와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고발된 사건을 배당 받아 기록 검토에 들어갔다.
앞서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은 23일 명씨와 윤 대통령 부부가 특정 결과를 얻기 위해 여론조사 데이터를 조작하고, 이를 묵인·방조한 혐의가 있다며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사세행은 “명씨는 윤 대통령 당선에 유리한 결과를 얻기 위해 국민의힘 경선과 대선 본선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여론조사 데이터를 조작했다”며 “윤 대통령과 김 여사는 이런 조작 행위를 묵인·방조한 혐의가 있다”고 주장했다.
명씨는 지난 대선을 앞두고 81차례에 걸쳐 여론조사를 실시해 윤 대통령에게 제공하고 그 대가로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의 공천을 김 여사로부터 약속받았다는 의혹을 받는다.
명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한 것으로 알려진 여론조사업체 미래한국연구소와 김 전 의원의 회계책임자로 근무했던 강혜경씨는 지난 21일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이같은 의혹을 폭로한 바 있다. 그는 “명씨가 지난 대선 기간 윤석열 당시 후보를 위해 81회에 걸쳐 여론조사를 진행했다”며 “명씨가 조사비용인 3억7000만원을 김 여사에게서 받아온다고 서울에 갔는데 돈은 안 받아오고 김 전 의원의 공천을 받아왔다”고 증언했다. 강씨는 또 “(명씨가) 저에게 지시를 할 때 ‘일부 이 데이터 손을 대라, 조작을 하라’는 지시가 있었다”며 여론조사 조작 사실을 밝히기도 했다.
이 사건은 창원지검에서도 수사하고 있다. 앞서 경남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해 12월 영수증 등 증빙서류를 제출하지 않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강씨를 고발하며 김 전 의원과 명씨 등을 수사의뢰했고, 창원지검은 지난달 이들의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하며 수사를 본격화했다.
이 과정에서 김 전 의원이 받은 세비 중 9000여만원이 수차례에 걸쳐 명씨에게 건네진 정황이 드러나고 강씨의 폭로가 더해지면서 사건은 여론조사 조작과 김 여사 공천개입 의혹으로 확대됐다.
창원지검 형사4부(김호경 부장검사)는 24일 김 전 의원이 현역 의원이던 시절 같이 근무했던 보좌관과 선임비서관, 수행비서 등을 각각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이들을 상대로 명씨와의 돈거래 경위 등을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앞서 23일 강씨를 상대로도 11시간 넘게 조사한 바 있다. 조사를 마친 강씨는 “아주 기본적인 조사만 했다”며 “아직 (김 여사의 공천개입 의혹에 대해 조사할) 그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창원지검과 함께 서울중앙지검이 사건 검토에 착수하면서 향후 검찰 수사에 관심이 모아진다. 법조계 안팎에선 국민적 의혹이 큰 사안인 만큼 특별수사본부를 구성해 수사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지만 검찰은 일단 특별수사본부 구성에 대해선 선을 그은 상태다.
앞서 대검찰청 국감에서 심우정 검찰총장은 “대검이든 중앙지검이든 특별수사본부를 꾸려서 수사할 사안 아니냐”는 정청래 법사위원장 지적에 “창원에 주요 참고인들과 관련 증거들이 있고 창원에서 오랫동안 수사해왔다”면서 “창원에서 수사할 수 있도록 인력 등을 지원하면서 수사하고 있다”고 답했다.
중앙지검 관계자는 “시민단체의 고발장이 접수돼 사건을 배당한 상황”이라며 “고발 내용과 관련 사건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수사를 어떻게 진행할지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