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GDP 충격…기준금리 인하 빨라지나
미·중 등 대외 변수 큰 수출에만 의존해선 위험
IMF "한국, 긴축적 통화정책 내수부문 약화돼"
한은, 주담대 진정시 다음달 금리인하 나설수도
올해 3분기 경제 성장세가 기대에 크게 못미치면서 기준금리 조기 추가인하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특히 유동적인 대외변수 속 수출이 크게 후퇴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정책당국이 내수 촉진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2024년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속보치)에 따르면, 3분기 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0.1%에 그쳤다. 수출이 전분기 대비 0.4% 감소해 전체 성장의 발목을 잡았다. 올해 연간 2%대 중반으로 예상했던 정부(2.6%)와 한은(2.4%)은 발등의 불이 떨어졌다. 남은 4분기(10~12월) 반전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당초 전망치를 달성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24일 기자설명회에서 “3분기 전망치(0.5%)에 비해 실적치가 낮게 나와 (한은 전망치) 연간 2.4%가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최상목 경제부총리도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가진 국내기자단과 간담회에서 “수출 관련 불확실성이 커진 건 분명하다”며 “올해 성장률 전망에 하방위험이 커졌다”고 했다.
내수 촉진에서 통화정책보다 경기부양 효과가 빠른 것으로 평가받는 재정확대는 당장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56조원에 이어 올해도 30조원 규모의 세수결손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팽창적 예산을 짜기 쉽지 않아서다. 정부도 적자국채 발행을 최대한 자제한다는 입장이어서 당장 내년도 정부 예산안(677.4조원)을 크게 웃도는 재정투입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결국 동원할 수 있는 정책수단은 금리를 내려서 가계와 기업의 소비와 투자를 촉진하는 방법이다. 한은은 이달 11일 기준금리를 연 3.25%로 내리면서 조기 추가인하에 대해 다소 부정적이었다. 이창용 총재는 금통위원 다수가 3.25% 수준을 향후 3개월 정도 유지하는 데 일치했다고 했다.
하지만 3분기 실질GDP 충격이라는 변수가 생기면서 당장 다음달 금통위에서 금리를 추가로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전망이다. 글로벌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 자회사인 ‘무디스 애널리틱스’는 24일 보고서를 내고 “한은은 가계부채 증가와 부동산 가격 상승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해왔지만, 다음달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인하는 논의 테이블에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무디스 애널리틱스는 그러면서 “최근 수출 데이터는 성장을 위해 수출에 의존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물가상승세가 둔화하고 기준금리 인하가 이뤄진 가운데 성장의 구성이 점진적으로 내수로 전환될 것”이라고 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한국이 성장세를 지속하려면 내수 부문에 대한 강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토마스 헤블링 IMF 부국장은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IMF 본부에서 개최한 ‘아시아·태평양지역 경제전망 브리핑’에서 “한국의 올해 상반기 성장은 대외·수출 부문보다 내수가 약했다”면서 “긴축적 통화정책(고금리)이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한편 다음달(28일)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하할지 여부는 앞으로 남은 한달 가량의 기간 동안 주택시장 및 주담대 증가 추이 등이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최근 주담대 증가세는 확연히 꺾이는 흐름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의 이달 17일까지 신규취급 주담대는 모두 3조8743억원, 하루 평균 227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달 하루 평균 취급액인 3469억원에 비해 34% 가량 감소한 수준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대출흐름을 보면 기준금리를 내려도 당국의 거시건전성 규제로 통제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면서 “금융당국과 은행권이 당분간 대출규제의 고삐를 더 조일 태세여서 주담대 증가세는 꺾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