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인천고등법원 설치, 더 이상 미루지 말아야
2024년 1월. 인천은 부산 이후 44년 만에 주민등록인구 300만 도시가 됐다. 우리나라 3번째 300만 도시이자, 서울에 이어 대한민국 제2의 도시다. 그러나 인천은 서울과 인접한 수도권이라는 이유로 많은 불이익을 받아야만 했다. 인천에 고등법원이 설치되지 못하고 있는 것도 그 연장선이다.
수도권이라는 이유로 불이익 받는 인천
헌법에는 “모든 국민은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인천 시민들은 고등법원이 없어 신속한 법률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 전국 광역시 중 고등법원이 없는 곳은 인천과 울산뿐이며, 인천 시민들은 평균 3~4시간 이상이 걸리는 서울고등법원 행을 감내해야 한다.
평균 2일이 걸리는 옹진 섬 주민들은 그동안 생계를 포기하거나, 항소를 포기하는 사례도 있다. 인천지역의 연간 항소심 사건 수는 2019년 1946건, 2020년 2471건, 2021년 2713건, 2022년 2502건, 2023년 2560건으로 증가하고 있다. 지금도 인천고등법원 설치가 급하지만 앞으로가 더 문제다. 통계청 시도별 장래인구추계 결과에 따르면 인천지역은 특·광역시 중 유일하게 인구가 증가하고 있고, 세계적 규모의 인천국제공항과 국내 최대 규모의 경제자유구역 등 매력적인 투자환경으로 고부가가치 산업들이 계속 몰려들고 있어 사업체 수와 종사자 수도 증가하고 있다. 인구와 기업체 수가 증가하고 있는 만큼, 사법 서비스 수요 증가는 불 보듯 뻔하다.
수도권 시민들의 사법 편의 측면에서도 인천에 고등법원이 설치되어야 한다. 서울고등법원은 서울, 인천, 경기북부, 강원지역 등을 관할하고 있는데 그 면적이 전국 고등법원 중 가장 넓다. 접근성이 어려운 것은 물론, 전국 사건 수의 약 52%를 관할하고 있는 만큼 서울고등법원에는 소송이 집중돼 있다. 결국 인천고등법원이 설치되면 인천 시민들뿐만 아니라 서울, 경기북부, 강원지역 주민들의 사법 서비스까지도 높아지게 되는 셈이다. 더욱이 고등법원 설치가 재정적으로 큰 부담을 줄 것이라는 우려도 있을 수 있지만, 인천의 경우 인천지방법원 북부지원이 2027년 초에 준공될 예정이다. 북부지원 개원으로 기존 인천지방법원 청사의 유휴공간이 발생한다. 이를 활용해 인천고등법원을 설치하면 별도의 대규모 건축비용이나 추가 재정부담 없이 고등법원을 운영할 수 있다.
인천고등법원 설치안 국회 통과 기대
고등법원 설치에 대한 인천 시민들의 열망과 기대도 이미 확인됐다. 지난해 4월, 인천 시민들은 ‘인천고등법원 범시민 추진위원회’를 구성하여 고등법원 유치를 위한 범시민 100만명 서명운동을 전개했는데, 인천시 인구의 1/3이 넘는 110만명이 서명에 동참했다. 하지만 제21대 국회 임기만료로 인천고등법원 설치법안은 자동 폐기 되었다. 그러나 인천지역 정치권에서는 여·야가 한목소리로 인천고등법원 설치의 불씨를 다시 지피고 있다. 제22대 국회 출범과 함께 김교흥 국회의원은 2027년 7월 인천고등법원을 개원한다는 내용을 담은 ‘각급 법원의 설치와 관할구역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으며, 이 법안은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이달 초 배준영 국회의원도 관련 법안을 대표 발의하며 설치를 지지하고 있다. 더 이상 인천고등법원 설치를 미뤄서는 안 된다. 인천 시민들의 사법적 기본권 확보는 물론, 수도권 주민들의 사법 서비스 향상을 위하여 2024년도 정기국회에서 인천고등법원 설치법안이 반드시 통과되기를 기대해 본다.
인천광역시 행정부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