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늑장재가’ 고비 넘겼지만
몰려드는 사건에 공수처 인력난 여전
25명 검사 정원도 적은데 현원은 15명 불과
‘김 여사 공천개입 의혹’ 등 고발사건 이어져
‘인력 증원’ 등 국회 제도개선 논의는 제자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검사 4명의 연임안이 임기 만료 직전 처리되면서 조직 자체가 마비될 뻔한 고비를 넘겼다. 하지만 만성적인 인력난은 해소되지 않아 채상병 순직사건 수사외압 의혹 등 주요 수사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5일 차정현 수사기획관과 이대환 수사4부 부장검사, 송영선·최문정 수사3부 검사 등 공수처 검사 4명에 대한 연임안을 재가했다.
이들의 임기 만료일인 27일을 이틀 앞둔 시점이었다. 이날 윤 대통령의 연임 재가를 기자들에게 공지한 것은 오후 6시가 넘어서였다. 26~27일이 주말인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임기 마지막 날 일과 시간이 지나서야 윤 대통령의 재가 사실을 알린 것이다.
공수처 인사위원회가 지난 8월 13일 이들 4명의 검사에 대한 연임을 만장일치로 의결했지만 윤 대통령이 두 달 넘게 재가를 미루면서 그동안 법조계 안팎에선 공수처 수사에 대한 대통령실의 불편한 심기가 반영된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실제 지난 8월 채 상병 사건 수사외압 의혹과 관련해 공수처가 윤 대통령의 통신 내역을 조회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대통령실은 관계자발로 “수사기밀을 의도적으로 흘렸다면 공무상 비밀누설죄이자 피의사실 공표”라며 불만을 드러낸 바 있다.
이번에 연임된 4명의 검사 중 차 수사기획관과 이 부장검사는 채상병 수사를 맡아왔다. 이들의 연임이 무산되면 수사팀에는 평검사 1명만 남는 상황이었다. 이렇다보니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수사 방해”라는 지적까지 나왔다.
윤 대통령의 뒤늦은 연임 재가로 공수처는 채상병 사건 등에 대한 수사를 이어갈 수 있게 됐지만 고질적인 인력난은 여전하다.
윤 대통령은 검사 4명의 연임안과 함께 부장검사 1명과 평검사 1명에 대한 면직안도 재가했다. 이에 따라 평검사 1명은 25일자로 퇴직했고, 부장검사 1명은 31일자로 퇴직을 앞두고 있다. 또 다른 평검사 1명도 27일자로 임기가 끝나 11월부터는 25명 정원에 10명이나 부족한 15명의 검사만 남게 된다.
공수처는 부장검사 1명과 평검사 2명을 선발해 지난달 10일 인사위를 거쳐 대통령실에 추천했지만 윤 대통령의 재가는 기약이 없는 상태다.
반면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과 공천개입 의혹 사건,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 불기소 처분 수사팀에 대한 고발 사건 등 굵직한 사건들이 계속 공수처에 몰리고 있다. 현재 인력으론 채상병 사건 등 진행 중인 수사도 버거운데 계속 새로운 사건들이 쌓여가는 모습이다.
사실 공수처의 인력난은 출범부터 예견됐던 일이다. 공수처 정원 25명은 검찰의 일개 지청에 불과한 규모다. 공수처 검사의 신분이 불안정한 탓에 이 마저도 공수처 출범 이후 제대로 채워진 적이 없다. 공수처 검사의 임기는 3년으로 연임 심사 등을 거쳐 최대 3회까지만 연임(최장 12년) 할 수 있다. 정년이 63세까지 보장되고 7년 마다 적격심사를 받는 검찰과 대비된다.
이에 따라 21대 국회에서 검사 증원과 임기제 폐지를 담은 공수처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상임위조차 통과하지 못한 채 폐기됐다. 22대 국회에서는 이성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수처 검사 임기를 7년으로 늘리는 법안을 발의했지만 아직 제대로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편 공수처는 28일부터 부장검사 3명과 평검사 4명 등 검사 7명 공개 모집 절차에 들어갔다. 하지만 면접과 인사위 심사, 대통령실의 검증 절차 등을 고려하면 빨라야 내년에나 정식 임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