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불가 소비시대
'소유보다 경험' 초저가·고급 동시 성장
삼정KPMG ‘리퀴드 소비’ 전환 보고서 … 소비자와 기업간 ‘소통’ 더 중요
소유보다 경험을 중시하고 초저가와 프리미엄(고급) 상품시장이 동시 성장하는 ‘리퀴드’ 소비시대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마디로 예측불가한 소비행태가 나타나고 있다는 얘기다. 시시각각 바뀌는 소비향방을 따라잡기 위해선 소비자와 밀접하게 소통할 수 있는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리퀴드 소비’란 고정화한 소비패턴은 사라지고 소비자 필요와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변화하는 소비형태를 뜻한다. 소유보다 경험과 실용적 가치를 중시하고 다양한 선택지를 통해 요구를 충족시키는 경향을 보인다.
보고서는 소비시장 변화를 이끄는 7가지 키워드(핵심단어)로 △가격 양극화 △경험 △시성비 △개성 △웰니스 △지속가능성 △디지털 기술을 제시했다. 우선 소비양상은 하향소비와 상향소비로 양극화했다. 극단적 합리주의 경향으로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중국 초저가 전자상거래와 균일가 생활용품점 다이소 이용을 확대하고 있는 반면 본인이 가치를 두는 곳엔 가격상관없이 구매를 진행한다.
소비자는 또 물건을 소유하는 것보다 경험을 통해 만족을 얻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팝업스토어(반짝매장)는 독특한 경험을 제공하고 브랜드의 정체성을 효과적으로 전달한다는 점에서 젊은소비층에 호응을 얻고 있다.
구독경제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최신 제품과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어 새 소비방식으로 자리잡았다. 구독서비스는 기존 OTT(넷플릭스, 디즈니+ 등 동영상서비스)를 넘어 TV·노트북 등 가전제품 렌털, 맞춤형 건강식단, 영양제 등으로 확산 중이다.
소비자는 ‘가성비’를 넘어 ‘시성비’(시간 대비 성능)를 중시한다. 가사노동 육아 장보기 등 일상생활부터 청소·세탁 서비스 대행업체는 물론이고 폐기물 수거와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이 생겨난 이유다. 육아 분야에서 베이비시터(육아도우미)와 방문 교육 선생님을 연결해주는 플랫폼이 인기를 끌고 있다.
대중적인 제품보다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소비도 늘고 있다는 게 보고서 판단이다. 소비자는 기업이 제공하는 제품군을 수동적으로 소비하기보다 생산과 유통 과정에 직접 참여해 ‘크리에이티브 프로슈머’로 진화하고 있다. 홈퍼니싱(집안가구)과 식음료업계는 고객 맞춤형 제품과 서비스개발이 활발하다.
젊은세대는 건강 관련 분야에서도 단순한 관심을 넘어 몰입을 추구하는 ‘헬스디깅’ 소비를 이어가고 있다고 보고서는 진단했다.
국내 식음료 기업은 칼로리와 당류가 없는 ‘제로’식품, 기능성 성분을 첨가한 식품 등을 중심으로 주력판매제품을 재편 중이다.
코로나19 이후 스스로 건강을 챙기는 셀프 메디케이션 트렌드가 확산하고 있다. 덕분에 건강기능식품과 함께 질병 가능성을 사전에 예측할 수 있는 ‘유전자 검사 키트’가 블루오션(새로운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윤리적 소비 관심이 높아지면서 기업은 환경·사회적 책임을 강조한 제품과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패션업계는 새활용(업사이클링)과 친환경 소재를 활용한 제품을 늘리고 있고 식음료업계는 플렉시테리언(유연한 채식주의자)을 겨냥한 대체식품에 주목하고 있다.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 IoT) 등 디지털기술 발전으로 유통과 소비 모두 개인화하고 있다. 피지털(Physital) 매장은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결합한 소비경험을 제공한다. 인공지능 기반 맞춤형 추천 시스템은 소비자 선호에 맞는 서비스를 가능하게 한다. 생성형 인공지능을 활용한 마케팅과 맞춤형 광고로 MZ세대 관심을 끌고 있다.
삼정KPMG 관계자는 “과거에는 ‘가격’에 치우친 소비가 이뤄졌다면 리퀴드소비 환경에선 가격뿐아니라 경험·기술 등 다양한 측면을 고려하는 소비양상이 관찰된다”면서 “상품구성 재배치와 틈새시장 발굴에 집중하고 팝업스토어와 맞춤형 구독 서비스 등 새 경험을 제공해 소비자와의 관계를 고도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고병수 기자 byng8@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