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공개법 개정안 '후퇴' 우려
부당·과도 청구 방지대책
비공개 빌미로 악용 우려
정부가 부당한 악성 정보공개 청구에 대한 종결처리가 가능하도록 정보공개법 개정에 나선다. 지난 5월 관계부처 합동으로 마련한 악성민원 방지와 민원공무원 보호 대책의 일환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개정안이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할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행정안전부는 29일 국무회의에서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정보공개법)’ 개정안이 심의·의결됐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우선 정보공개법의 제도 취지에서 벗어난 부당하거나 과도한 청구에 대한 종결처리 근거를 마련했다. 부당·과도한 청구는 처리하지 않고 곧바로 종결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또 이미 접수된 정보공개 청구와 동일한 청구가 다른 기관에서 이송될 경우에도 해당 청구를 종결할 수 있는 근거를 신설했다. 동일 내용으로 반복되는 청구는 종결 처리 통지도 생략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이 같은 개정안은 청구 내용이 부당하거나 과도한지를 결정하는 판단기준이 불명확하다는 점에서 논란의 소지가 크다. 행정편의적이거나 편향적인 판단이 내려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정부도 이 같은 부작용을 의식해 종결처리 시 각 기관에 설치된 정보공개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치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하지만 이 또한 새로운 민원을 만들어낼 가능성이 있어 논란이 가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대량 청구가 접수될 경우 건별로 심의위원회를 개최하는 것은 오히려 막대한 행정력이 소모될 수 있다. 종결처분을 받은 청구인이 권리구제를 위해 또 다른 민원과 행정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있다. 악성민원을 줄이기 위해 마련한 대책이 오히려 새로운 형태의 민원을 만들어내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얘기다.
한편 정부는 정보공개 청구 후 청구를 취하하거나 비용을 납부하지 않는 청구인에 대해서는 정보공개 청구 처리 전 필요한 비용을 미리 납부하도록 하는 비용 사전납부 제도를 마련하기로 했다. 대상은 2회 이상 반복해 취하하거나 비용을 미납하는 청구인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법률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뒤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