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김정희 지방분권운동대구경북 공동대표
“읍·면·동 자치단체화 해야”
침체된 지방자치에 활로
“정치적 수사에 머물고 있는 지방자치를 근본부터 바꾸려면 행정체제 개편이 불가피한데 대안 중 하나가 읍·면·동을 기초지방정부로 격상하는 것입니다.”
김정희(사진) 지방분권운동대구경북본부 공동대표는 “읍면동 자치단체화로 침체된 지방자치의 활로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주민자치위원회나 주민자치회가 실질적인 주민자치기구가 아닌 행정의 들러리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지금의 주민자치위원회와 주민자치회는 주민의 자기 결정권, 책임성이 부여돼 있지 않아 실질적인 주민자치 조직으로 보기 어렵다”며 “실효성 있는 주민자치를 하려면 읍면동을 기초지방정부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나라 기초지자체 인구규모는 지방자치 선진국의 자치단위가 1만명 안팎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너무 크다는 점도 읍면동 지방자치화가 필요한 이유”라고 덧붙였다.
실제 읍면동 평균 인구는 1만4000여명으로 프랑스의 기초자치정부 ‘코뮌’(1797명) 독일 ‘게마인데’(7140명) 미국 ‘타운십’(8746명)보다 훨씬 많다. 김 대표는 “해외 선진국들은 대부분 우리나라 읍·면·동이나 통·리 정도의 작은 단위에서 기초지방정부를 운영한다”며 스위스와 미국의 사례를 들었다.
스위스의 게마인데(기초지방정부)는 2500여개에 달하고 인구가 평균 3500명 수준이다. 인구가 많은 곳은 2만명이 넘는 곳도 있는데 이런 곳은 의회를 두기도 한다. 하지만 인구가 적은 게마인데는 대부분 ‘주민총회’가 의회를 대신한다. 미국은 기초지방정부의 여러 형태 가운데 ‘타운’ ‘타운십’에서 운영하는 ‘타운미팅’이 주민의결기관 역할을 한다. 주민들이 공무원을 선출하거나 조례제정, 세금 부과 등 지역의 현안들을 직접 결정한다.
그는 “기초지방정부를 읍면동 규모로 운영한다면 우리도 주민들이 ‘주민총회형’이나 ‘기관통합형’(지방의원이 자치단체장 겸직) 등 다양한 기관구성 형태를 선택해 운영할 수 있다”며 “자기 결정권과 책임성이 부여되는 주민자치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정부와 국회가 이를 뒷받침할 제도 개선에 나서야 가능하다는 점이다. 김 대표는 “정부와 국회는 지방분권이나 주민자치에 대한 의지나 관심이 없어 보인다”며 “읍면동 자치정부화가 어렵다면 주민자치회 법제화부터 해야 하는데 자치회 설치권한과 위원구성 등은 주민 스스로 결정하도록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제도가 바뀐다고 하루아침에 주민자치가 이뤄지는 것은 아니지만 꾸준한 경험이 누적돼야 주민자치도 성장할 수 있다”며 “정치권이 당리당략에만 매몰되지 않고 거시적 관점에서 담론형성에 나서주길 당부한다”고 말했다.
김정희 공동대표는 현재 부산대학교 경제통상연구원 연구교수, 한국NGO학회 부회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곽태영 기자 tykwa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