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남양유업, 전·현 경영진 또 소송전

2024-10-29 13:00:23 게재

사모펀드, 흑자전환 경영할지 관심 속 홍원식 전 회장, 대주주 사기죄 고소

홍원식 전 회장이 남양유업을 떠났지만, 법적분쟁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 2021년부터 이어진 홍 전 회장과 한앤컴퍼니(한앤코) 간 경영권 분쟁에서 올해 1월 대법원이 한앤코의 손을 들어준 뒤, 한앤코가 새 주인으로 9개월을 보내는 동안에도 불안한 법적 공방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그렇다보니 남양유업 위기론도 잦아들지 않고 있다. 2020년 당기순손실은 527억원에 그쳤으나 이듬해 589억원, 2022년 784억원으로 늘었다. 지난해에는 670억원에 달했다. 1964년 설립 이후 수십년간 흑자였던 남양유업이 적자기업으로 주저 않아 일어서지 못하는 모양새다.

이에 사모펀드의 주요목적이 결국 회사매각을 통해 투자 수익을 올리는 이른바 ‘바이아웃’이란 점에서 앞으로 향방에 관심이 쏠린다. 기업 가치를 높여 추후 더 비싼 가격에 남양유업을 매각하기 위해서는, 그동안 국내 시장에서 다져온 ‘남양’이란 브랜드 파워를 쉽게 포기할 수 없고, 어떻게든 흑자기업으로 바꿔놔야 하는 상황 때문이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홍 전 회장은 전날 남양유업 최대 주주인 사모펀드 한앤코의 한상원 대표와 주식매매계약(SPA) 중개인인 함춘승 피에이치앤컴퍼니 대표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사기)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소했다.

홍 전 회장 변호인은 “한 대표가 홍 전 회장 등이 보유하고 있던 남양유업 주식 52.63%를 넘겨받으면서 고문직을 보장해 줄 것처럼 약속했으나 이를 지키지 않고 속였다”며 “다른 업체에서 제시한 매매대금과 차액이 800억원인 것을 고려하면, 손해가 수백억원대”라고 주장했다.

◆끝나지 않은 소송전 = 홍 전 회장이 소송에 나선 것은 처음이 아니다. 홍 전 회장은 올해 3월 회장직에서 물러나 회사를 떠난 뒤 지난 5월 남양유업을 상대로 퇴직금 약 444억원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냈다.

이에 한앤코도 홍 전 회장을 상대로 수백억원대 소송으로 맞섰다. 한앤코는 이미 2022년 말 홍 전 회장을 상대로 2021년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고 이를 제때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500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했다.

앞서 지난 7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공정거래조사부는 홍 전 회장의 주거지와 남양유업 본사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고, 15억원가량의 돈다발을 발견해 압수했다. 지난 8월 홍 전 회장과 전직 임직원 3명을 특경법상 횡령과 배임수재 등 혐의로 고소한 데 따른 것이다. 회사가 횡령당했다고 의심하는 금액은 약 200억원에 이른다.

지난 9월에는 미술품 분쟁이 벌어졌다. 회사가 유명 팝 아트 작가인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스틸 라이프 위드 램프(제작연도 1976년)’, 알렉산더 칼더의 ‘무제’(Untitled, 1971년), 도널드 저드의 ‘무제’(Untitled, 1989년) 등 3개 작품을 구매했으나, 구매 직후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소유자 명의를 홍 전 회장으로 이전했다는 게 주장의 요지다. 해당 작품들은 수백억원대 가치를 갖는 것으로 전해졌다.

◆위기돌파 묘수는 무엇 = 법적 분쟁이 이어지면서 남양유업 위기론이 확산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시선은 여전히 곱지 않다.

남양유업은 올해 2분기에도 영업적자 기조를 이어갔다. 남양유업은 올해 2분기 연결재무제표 기준 매출 2444억원, 영업손실 160억원, 당기순손실 135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2611억원 대비 6.4% 감소했다. 영업손실은 전년 동기 67억원에서 적자 폭이 확대됐다. 순손실도 지난해 같은 기간 58억원에서 폭이 커졌다.

다만 한앤코가 무형자산을 처분해 상반기 기준 당기손실 폭은 줄었다. 올 상반기 당기손실은 전년 동기 211억원 대비 9.5% 개선한 191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지난해 말 남양유업의 순자산은 6782억원으로, 주식매매계약 직전인 2020년 말(8732억원)과 비교해 22%가량 줄었다.

돌파구를 찾기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새 경영진이 경쟁력 있는 사업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면서 주주가치를 제고하는데 주력한다지만 호락호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일각에서는 한앤코가 남양유업 사명 변경도 검토 대상에 올려둔 것으로 본다. 남양은 홍 전 회장 일가의 본관에서 따온 이름이다. 이 때문에 남양유업 내 히트 상품명은 승계하면서도 사명 자체를 변경하는 것이 브랜드 이미지에 도움이 될 것이란 관측이다.

다만 사모펀드는 결국 회사매각을 통해 투자 수익을 올리는 이른바 ‘바이아웃’이 주요 목적이다. 기업 가치를 높여 추후 더 비싼 가격에 남양유업을 매각하기 위해서는 적자에서 탈출해 흑자기업으로 바꿔놓아야 한다. 사모펀드의 경영능력이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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