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엄중한 도전이 눈앞에 있다
다음달 5일로 다가온 미국 대통령선거의 현재 판세는 승부를 단언할 수 없는 초접전 양상이다. 승부를 결정지을 7대 스윙스테이트(경합주)에서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피 말리는 싸움을 벌이고 있다. 양측 모두 마지막 세몰이에 집중하는 가운데 트럼프가 추세적 상승세를 타고 있다.
대선 시즌이 가열되면서 미국의 무역적자가 뜨거운 주제로 떠올랐다. 그 규모는 2021년 8416억달러, 2022년 9512억달러, 2023년 7734억달러에 달한다. 세계경제의 눈과 귀가 상승세인 트럼프의 경제공약에 집중되고 있다. 그중 관세분야가 핵심이다.
트럼프 재임 시절 상무장관을 지낸 윌버 로스는 “트럼프 관세가 현실화하면 세계무역에 1조달러(약 1385조원)의 타격을 입힐 수 있다”면서 “이는 미국이 입을 피해보다 훨씬 클 것”이라고 주장했다. 50조달러 규모인 세계무역의 2%를 날리는 셈이다.
트럼프 관세, 세계 무역에 1조달러 타격
그러나 트럼프 관세가 미국 측에 줄 충격도 크다. 모든 수입품에 보편적 관세 10%, 중국산에 60%를 부과하면 미국의 평균 관세율은 2016년 1.5%, 2023년 2.3%에서 17%로 뛴다. 이는 현재 주요국 중 최고 수준이다. 17% 관세율은 ‘스무트-홀리 관세법’ 이후 100년 만에 가장 높아 19세기 후반처럼 미국 경제를 고립시킬 수 있다.
스무트-홀리 관세법은 미국이 대공황 초기인 1930년 산업보호를 위해 제정한 관세법으로, 2만여개 수입품에 평균 59%, 최고 400%의 관세를 부과하도록 했다. 이로 인해 세계 각국에 보호무역이 번졌고 대공황을 더 심화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트럼프 관세가 미국의 경제성장에 타격을 주고 인플레이션을 부추길 것이라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의 중국에 대한 차별적인 관세는 중국의 보복관세를 부를 것이며 이는 2028년까지 미국의 경제성장률을 매년 0.8%p 낮추고 소비자물가는 4.3% 상승시킬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국 경제 성장률에 미치는 타격은 이의 절반이고 유럽연합(EU)과 일본의 성장률은 중국보다 조금 더 낮아질 것이라는 추정이다. 트럼프 관세가 중국보다도 미국에 더 큰 피해를 줄 것이라는 전망이다.
초당파 비영리 기구인 ‘책임 있는 연방예산위원회(CRFB)’는 20% 보편적 관세는 10년간 4조달러 세금 인상에 해당한다고 분석했다. ‘예일 예산 연구소’는 일반가구 부담이 연간 최대 7600달러(약 1050만원)에 달한다고 추정했다. 트럼프 관세는 대부분 가정에 생활비 부담을 가중시키는 등 미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특히 중국을 최대 수출시장으로 삼고 있는 미국 농업은 확실한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트럼프는 대통령 재임 시절 공화당 핵심유권자인 농민을 달래기 위해 대두와 옥수수, 기타 농작물 재배농가에 수십억달러를 지원해야 했다.
트럼프 관세는 금융시장에도 부정적이다. 투자은행 UBS는 보편적 관세가 주식시장을 10% 위축시킬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의 다국적 기업들이 해외 자회사와 소매 기업에 공급망을 의존하고 있어 타격이 불가피하다. 그중에서 GM 등 자동차 제조사들의 피해가 클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테슬라 애플 등 미국의 다국적 기업은 매출의 20%를 중국에서 일으킨다. 기업의 수익감소는 주가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중국과 유럽이 보복조치로 미 국채 매수를 줄이면 미 국채금리가 올라가고 시장금리도 상승한다. 트럼프는 미국 수출품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달러화 약세를 추구한다지만 오히려 ‘강달러’를 유발할 수 있다. 최근 트럼프 지지율 상승세로 미 국채금리가 ‘발작’하고 강달러 현상도 뚜렷해지고 있다.
무역 상대국, 미국에 보복 의지 재확인
트럼프는 다른 국가들이 미국 시장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보복에 나서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미 첫 임기 때 주요 무역 상대국인 중국 EU 캐나다 멕시코는 미국에 보복했다. 최근 외신에 따르면 남미 유럽 아시아 심지어 캐나다의 외교관들과 기업인들까지 트럼프의 의도와 권한을 면밀히 파악했다. 효과적인 대응방안을 준비하기 위해서다. 이번엔 더 강하게 보복하겠다는 의지도 표명했다.
지난 주말 모리스 창 TSMC 창업자는 회사 연례행사에서 “자유무역은 죽었다. 엄중한 도전이 눈앞에 있다”며 임직원들을 독려했다. 그의 발언은 향후 전개될 관세전쟁이 세계경제에 얼마나 큰 시련을 줄지를 잘 대변한다. 모든 경제주체들은 격변의 시대를 버텨 최소 10년 이상 생존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안주하는 삶을 넘어 새롭게 도전할 때다. 위기를 극복하면 새로운 기회가 올 수도 있다.
박진범 재정금융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