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대공수사권 부활론’에 분주한 경찰
국보법 위반혐의 체포·압수수색 잇따라
국가정보원으로부터 대공수사권을 넘겨받은 경찰이 최근 국가보안법 관련 수사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정부여당에서 국정원 대공수사권 부활론이 공식화된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경찰청 안보수사국은 30일 서울 서대문구 한국진보연대 사무실 압수수색했다. 한충목 진보연대 상임공동대표의 자택과 차량, 휴대전화 등에 대해서도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경찰은 진보연대 사무실과 같은 건물에 있는 통일시대연구원과 통일의길 사무실도 동시에 압수수색했다. 한 대표가 연구원장·고문을 맡고 있는 단체들이다.
경찰은 압수수색 영장에 한 대표를 국가보안법 위반 피의자로 적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진보연대 측은 “압수수색은 민생 파탄과 전쟁 위기, 국정농단 의혹 등 윤석열 정권의 폭정에 떨어지고 있는 민심을 공안 탄압으로 돌리려는 국면 전환용”이라며 “이미 윤석열 정권하에서 이뤄진 압수수색이 수십 건을 넘어가고 있다”고 반발했다.
진보연대는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 숭례문 앞에서 열린 ‘윤석열 정권 퇴진 시국대회’ 등을 다른 진보단체들과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제주경찰청은 28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학교비정규직노조 전 제주지부장 A씨와 건설노조 제주지부 전 사무국장 B씨,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전여농) 성산지회 사무국장 C씨를 체포했다고 밝혔다. “여러 차례 소환 조사 요청을 했지만 정당한 사유 없이 불응했다”는 이유다.
경찰은 이번 체포가 제주에서 이적단체 ‘ㅎㄱㅎ’를 결성한 혐의로 지난해 기소돼 재판중인 피고인들과 관련한 추가 혐의를 확인하기 위한 조치라고 했지만 구체적인 혐의는 밝히지 않았다.
이날 체포영장이 집행되자 공안탄압 저지 및 민주수호 제주대책위원회는 제주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정권 위기 탈출용 인권 탄압과 공안 탄압을 당장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여권에서는 문재인정부 시절인 2020년 국정원법 개정 후 올해부터 경찰로 이관된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이 복원돼야 한다는 입장이 지배적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29일 SNS를 통해 간첩법 개정안 통과를 주장하며 “이 법을 제대로 적용할 수 있도록 국정원의 대공수사권도 부활해야 한다”고 했다.
한 대표는 지난달 14일에도 “간첩 수사는 ‘수사의 영역’이라기보다 ‘정보의 영역’”이라며 “민주당이 한 국정원 간첩 수사권의 경찰 이관은 간첩 수사를 맡는 기관을 ‘교체’한 것이 아니라 간첩 수사 자체를 ‘포기’한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조태용 국정원장도 29일 국회 정보위원회 비공개 국정감사에서 대공 수사권 경찰 이관 후 상황을 묻는 말에 “현재 수사권이 하나도 없어 상당히 어려운 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