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북한군 전황분석팀 파견”…‘우회 파병’ 논란

2024-10-31 13:00:15 게재

“북, 현대적 전술 습득 … 방어적으로 활동 분석할 필요”

민주당 “국회 동의 피해 파병 꼼수” 국방장관 탄핵 거론

대통령실이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 활동을 감시하는 전황분석팀을 파견할 필요성을 밝히자 ‘우회 파병’ 논란이 일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회 동의 없이 파병하려는 꼼수로 보고 강력 저지에 나섰다.

윤석열 대통령,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전화 통화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30일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황분석팀이라 부르든 모니터링팀이라 부르든, 북한군의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활동과 전황을 모니터하고 분석할 수 있는 팀을 미리 만들어서 보낼 준비는 할 필요를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우크라이나라는 우방국에서 북한군 활동의 전황을 살피고, 분석하고, 모니터하는 의무가 주어져 있다”면서 “북한이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통해 현지에서 실전 경험을 쌓고 현대적 전술을 습득할 수 있다는 것은 우리에 대한 직접적인 군사 위협으로 다가올 수 있다. 우리도 방어적으로 정당하게 그들의 활동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미안보협의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 중인 김용현 국방장관도 같은 날 기자들과 만나 “파병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말한다”면서도 “파병 외에 모니터링단이나 전황분석단 등은 군 또는 정부가 앞으로 미래에 있을 수 있는 어떤 비상 상황에 대비해서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국방장관 탄핵을 거론하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군 출신인 김병주 민주당 최고위원은 31일 SBS라디오 인터뷰에서 “한명이 가더라도 파병”이라면서 “헌법 60조 2항에는 국군을 파병할 때 국회의 동의를 받게 돼 있다”고 지적했다. 김 최고위원은 또 “동맹도 아니고 유엔의 결의도 아닌 상태에서 이렇게 가는 것은 규정 자체가 없다”면서 “국방부 장관이 안보위기를 초래하면서, 법을 위배해 가면서 한다면 이것은 당연히 탄핵사유가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러시아 대사를 지낸 위성락 민주당 의원도 전날 페이스북 글을 통해 “정부가 설익은 대증적 조치를 마구잡이식으로 내놓고 있다”면서 “듣도보도 못한 참관단(모니터링단)이라는 이름의 정보·군사 인력 파견, 심문조와 심리전 요원 파견 등 온갖 아이디어가 언론을 도배하고 있다”며 우려했다.

야당의 공세와 무관하게 북한의 러시아 파병과 관련한 우크라이나와 공동 대응 논의는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에서 언급된 우크라이나 특사의 방한 관련 논의가 이번 주내 시작될 전망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번 주내 논의가 시작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측에서 특사를 지정하고 우리나라에 와서 이야기할 계획을 짜는 데는 하루 이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무기 지원과 관련해선 단계적 대응 조치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결정 시점을 묻는 질문에 “우리의 그 다음 단계적 조치의 결정적 기준은 북한군이 참여한 우크라이나 전투 개시”라며 “방어·공격용 무기가 있는데 무기 지원을 논의한다고 하더라도 1차적으로는 방어무기 지원을 얘기를 하는 것이 상식적”이고 말했다.

일각에서 제기된 155㎜ 포탄 지원 가능성에 대해서는 “우크라이나가 우리에게 포탄 지원 요청을 한 적이 없다”며 “(지원 검토는) 틀린 얘기”라고 부인했다.

우리 정부의 단계적 대응이 미 대선 결과와 상관 없이 진행되리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우크라이나 전쟁 조기 종전을 공언한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지원 타이밍이 맞느냐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이 관계자는 “미국 대선 이후에 누가 차기 미국 행정부의 수장으로 선출이 되든 우크라이나 전쟁은 분명히 대한민국 안보에 중대한 시그널을 보내고 있는 단계에 와 있다”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은) 특히 불법적인 침공이면서 자유 세계가 앞으로 국제 규범에 입각한 세계 질서를 어떻게 보듬어 나가면서 안정적으로 예측 가능한 평화를 구축할 수 있느냐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6.25 전쟁 때 16개 이상의 유엔군이 아무런 조건 없이 대한민국에 와서 피를 흘리고 싸워주었기에 현재의 자유로운, 풍요로운 대한민국이 가능했듯이 우리나라도 우리의 안보를 지키기 위해서 그리고 세계의 평화에 책임 있는 기여를 하기 위해서 미국의 뜻도 중요하지만 명분과 우리의 필요한 국익도 우리에게 그만큼 더더욱 중요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대통령실은 북한군 파병 규모는 최소 1만1천명 이상이고, 그중 3천명 이상은 이미 러시아 서부 교전 지역 가까이 이동했다는 우리 정보 당국의 분석 내용을 확인했다. 그 외에 북한이 러시아 파병에 따른 내부 동요를 막기 위해 장교의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하는 한편, 파병군인 가족들에게는 ‘군인들이 훈련하러 갔다’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형선 이명환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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