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에 붙어야" 명태균의 권력서열 평가
민주당, 윤 대통령 통화음성 후 명씨 파일 추가 공개
“음성파일 다수 확보 후 검증” … 여권 대응 등 주시
더불어민주당이 윤 대통령이 명태균씨와 통화한 음성 녹음파일을 공개한 후 명씨 관련 파일을 추가로 내놓고 파상공세를 이어갔다. 이재명 대표는 “정치적 비상상황”이라며 “대통령의 육성으로 공천 개입 정도를 넘어서서 사실상 공천을 지휘·지시했다고 보이기 때문에 쉽게 넘어갈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1일 국회 운영위의 대통령실 국정감사에서도 이 사안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2일 서울에서 열리는 범국민대회에 전 당원들의 동참을 촉구했다. 오는 14일로 예정된 세번째 김건희 특검법 처리를 앞두고 확실한 주도권 잡기에 들어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1일 “이미 확보된 파일이 다수 있어 여론의 향방과 여권 움직임을 보면서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특검법 처리 시간까지 추가로 더 공개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박찬대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 원내대표단은 지난달 31일 “대통령의 공천 개입을 입증하는 물증”이라며 윤 대통령의 음성이 포함된 파일을 공개했다.
민주당에 따르면 해당 통화는 2022년 6월 재보선에서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이 공천받기 직전인 그해 5월 9일에 이뤄진 것이며, 이튿날인 10일 국민의힘이 실제로 김 전 의원을 공천했다고 말했다. 재생된 파일에는 당시 윤 대통령이 “공관위(공천관리위원회)에서 나한테 들고 왔길래 내가 김영선이 경선 때도 열심히 뛰었으니까 그건 김영선이 좀 해줘라 했는데, 말이 많네 당에서”라는 음성이 담겼다. 명씨는 “진짜 평생 은혜를 잊지 않겠다. 고맙다”고 답한 것으로 돼 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이 불법으로 공천에 개입했고, 헌정 질서를 흔드는 위중한 사안임을 증명하는 물증”이라며 진실 규명을 위해 여권이 ‘김 여사 특검법’을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대표도 취재진의 관련 질문에 “있을 수 없는, 참으로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또 명씨가 제3자에게 자신과 윤 대통령의 통화 내용에 관해 설명하는 내용이 담긴 음성 녹음 파일도 공개했다. 이 파일에서 명씨는 “지 마누라(김건희 여사)가 옆에서 ‘아니 오빠, 명 선생님 그거 처리 안 했어? 명 선생님이 이렇게 아침에 놀라서 전화 오게 만드는 오빠가 대통령으로 자격이 있는 거야?’(라는 언급을 하더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명씨와 관련한 음성파일을 추가로 공개하며 공세를 이어갔다. 해당 파일에는 명씨가 김영선 전 의원과 통화하며 “김건희한테 딱 붙어야 본인이 다음에 6선할 거 아닙니까”라며 “시키는 대로 해야 먹고 산다고 내가 얘기해도…”라고 소리를 지른다. 명씨는 또한 “김건희가 권력을 쥐고 있잖아요”라며 “시키면 왜 시키는 대로 안 합니까”라고 따져 묻기도 한다. 민주당은 이 녹취가 윤 대통령 취임 이후인 2022년 6월께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또다른 파일에서는 김건희 여사가 “우리 명 선생님 선물은 김영선, 박완수”라고 말했다며 제3자에게 전하는 내용이 들어있다. 민주당은 공개된 파일을 포함해 다수의 파일을 제보받아 확인절차를 거쳐 공개했다고 밝혔다.
민주당 관계자는 “다수의 파일을 확보하고 검증하고 있는데 확인된 내용을 국민과 공유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대통령실과 여권이 말도 안되는 변명으로 대응하고 있는데, 국민들의 분노를 감당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여론의 흐름과 여권의 대응을 보면서 확보된 물증의 공개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조국혁신당 등 야권 일각에서 주장하는 ‘탄핵’ 추진에 당장은 합류하지 않더라도 여론을 주시하겠다는 것이다. 원내지도부의 한 인사는 “우선은 김건희 특검법 통과를 위해 집중한다는 것이 현재까지의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