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덕담?…‘명태균 축소’ 급급한 대통령실

2024-11-01 13:00:07 게재

“대선 경선 후 연락한 기억 없다” → 대통령 취임 전날 명씨와 통화 사실 인정

‘축하전화 안 받을 수 없었다’지만 “취임 후 녹취 나오면 그땐 뭐라고 할 건가”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전날, 명태균씨와 김영선 전 의원 공천과 관련해 이야기를 나눈 녹취 파일이 공개되자 대통령실은 2시간 만에 신속한 해명을 내놨다. 그러나 이 해명이 기존 해명을 뒤집는 내용이어서 또다른 논란을 불렀다.

축사 위해 단상 향하는 윤석열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4 대한민국 소상공인대회 개막식’에 참석해 축사를 위해 단상으로 향하고 있다. 고양=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대통령실은 31일 오전 언론 공지문에서 “당시 공천 결정권자는 이준석 당대표, 윤상현 공천관리위원장이었다”며 “윤 대통령이 명태균씨와 통화한 내용은 특별히 기억에 남을 정도로 중요한 내용이 아니었고 명씨가 김영선 후보 공천을 계속 이야기하니까 그저 좋게 이야기한 것뿐”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통령실은 “당시 당은 제주도를 제외한 모든 지역을 전략 공천으로 결정했다”며 “경남 창원의창 지역구의 경우, 김영선 후보자가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여서 결과적으로 김 후보자가 압도적 표 차이로 당선됐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당시 당대표였던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지난 22일 페이스북에 김 전 의원 공천과 관련해 쓴 글을 첨부하며 “(이 대표가) 전략공천 결정은 문제가 없다고 자세히 설명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통령실 해명은 이날 공개된 윤 대통령의 육성 내용과도 배치된다. 명씨와 통화 녹음에서 윤 대통령은 “공관위(공천관리위원회)에서 나한테 들고 왔길래 내가 김영선이 경선 때도 열심히 뛰었으니까 그건 김영선이 좀 해줘라 했다”고 말한다. 공관위 보고를 받지 않았다는 대통령실 해명과 달리 윤 대통령은 당시 공관위에서 공천 관련 내용을 받아봤다고 인정하고 있다.

명씨와 윤 대통령의 관계에 대한 대통령실의 기존 해명과도 다르다. 명씨의 폭로가 계속 정치권을 흔들자 대통령실은 지난 8일 “국민의힘 대선 경선 이후 대통령은 명씨와 문자를 주고받거나 통화한 사실이 없다고 기억한다”고 언론에 공지했다. 그러나 31일 공개된 통화는 경선 때로부터 6개월이 지난 2022년 5월 9일 이뤄진 것이다. 대통령실도 윤 대통령과 명씨의 통화 사실 자체는 부인하지 않았다. 이날 윤 대통령과 참모진들이 대통령실에서 오찬을 했는데 이 자리에서도 대통령은 취임 축하 전화를 마다할 수 없어 받았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대통령실은 명씨와 만남 횟수에 대해서도 부실 해명했다는 지적이 있었다. 지난 달 8일 같은 입장문에서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대선 전 명씨와 두번 만남을 가진 사실을 밝혔는데 바로 다음날 최소 4번 이상 만난 정황이 드러났다.

명씨와 대통령의 통화 내용의 부적절함과 별개로 대통령실의 해명도 계속 뒤집어지면서 여권에서도 비판이 나온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은 1일 SBS라디오 인터뷰에서 “대통령실 해명이 이상하다. 이러면 신뢰도 권위도 떨어진다”면서 “대통령 육성으로 공관위 보고를 받았다고 했는데 (해명은) 육성과 반대되는 내용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 번엔 경선 이후 (명씨와) 연락 안했다고 했는데 그 해명도 논파되지 않았냐”면서 “한달 만에 뒤집어질 변명을 왜 하냐”고 대통령실의 부실 해명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취임 후 녹취가 나오면 그때는 어떻게 할 거냐”면서 “별 문제 아닌 것처럼 할 때가 아니다. 확실한 사과와 잘못 인정부터 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해명문에 이름과 글이 인용된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저는 윤 대통령이 공천관리위원회에서 보고를 받는 줄도 알지 못했고, 또 후보 쪽 관계자에게 이런 내용을 전달하는지도 몰랐다”면서 “지금 상황에서 이렇게 변명하다니 말미잘도 이것보다는 잘 대응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사태 파장이 커질 경우엔 임기 반환점을 전후해 대통령실이 검토중이던 각종 정치적 일정이 꼬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애초 대통령실은 이달 중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미국 대선 등 굵직한 외교 이벤트가 마무리된 후 주요 국정 현안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히는 방안 등을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건희 여사 리스크에 대한 자체 해법 모색, 국민과의 대화 등 직접 소통 강화, 북한의 러시아 파병 관련 안보 이슈 주도, 4대 개혁의 속도감 있는 추진 등으로 국정 동력을 회복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됐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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